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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by 박홍섭

2025년 12월 13일, 토요일

# 또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대부분 모임이 2025년 송년회를 끝으로,

2026년의 신년 모임을 기약하게 되었다.


한 해의 끝자락에 서면 시간은

언제나 세월을 돌아보게 만든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무언가를

더 갖게 되는 덧셈이 아니라,

조금씩 더 내려놓아야 하는

뺄셈의 과정인 것 같다.


그 내려놓음의 방식이 사람마다 다르고,

그 태도에서 각자의 인생이 드러난다.


그래서 먼저 길을 걸어온 선배님들의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배우게 된다.


전 직장인 삼성물산과 관련된

정기 모임이 몇 개가 있다.

해외 업무와 관련됐던 ‘SGB’ 모임

건축사업본부 현장 소장모임인 ‘삼장회’ 모임,

그리고 제2의 직장인 건원엔지니어링 내의

삼성물산 OB 모임인 ‘홀삼목’ 모임,

건축 ENG팀 OB와 YB가 함께 모이는

‘ENG’ 모임 등이다.


특히 ‘SGB’모임이나 ‘삼장회’ 모임은

본인보다 대부분이 선배님들이다.


그래서 이 두 모임에 나가면 항상

선배님들의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인생의 롤모델로 삼으려 하고 있다.


이제는 계급장도 없고,

명함도 없이 오롯이 그동안의 연륜으로

남은 인생을 지혜롭게 살아가시는 모습에서

배움을 찾게 된다.


화를 다스리고, 말을 아낄 줄 아는 지혜,

배려하고 격려해 줄 수 있는 넉넉한 마음,

이제는 돈이나 직함에 연연하지 않고,

국내든 해외든 여행과 취미로 여유를 찾으며

건강을 지키기 위한 노력,

자식 자랑보다는 손자 손녀 이야기를

더 많이 하는 소박한 모습이 인간적이다.


예전에는 현장에서 목소리 하나로

수백 명을 움직이시던 분들인데,

요즘은 보청기를 끼신 분들도 늘었다.


그래서 모임 자리에서는

“자연스레 목소리도 커지시고,

상대방의 말을 되묻기도 하고,

말씀하시면서 침이 튀어도,

반찬을 떨어뜨리거나 물을 엎질러도

흉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왜 게 있잖아, 거기 있던 게 말이야’..

몇 바퀴 돌다 보면 이름이 나온다.


백발이 성성해진 모습도 자연스럽고,

염색이 바래서 속이 노란 머리가 보여도

자연스럽고, 얼굴의 미모보다는

‘뚜껑이 끝발’이라는 농담도 오간다.


모발 이식을 했다고 고백도 하시고,

보청기를 꼈다고도 스스럼없이 말씀하신다.

이 모임에서 더 이상

누가 더 큰 현장을 했는지,

어디까지 올라갔는지는 관심이 없다.


대신 어디가 불편한 곳은 없는지,

어느 병원이 괜찮었었는지,

최근에 무슨 수술을 했는지 같은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더 와 닿는다.


어느 분은 이승에 가서도

삼성물산 출신이라고

말하라고 농담을 건네신다.


그 한마디 속에는

젊은 시절을 바쳐 함께 일했던

시간에 대한 자부심도 담겨 있다.

현장이 힘들어도 버텼고,

해외에서도 나라의 이름을 걸고 일했고,

그 경험이 각자의 인생을 단단하게 만들었다는

공통의 기억도 때로는 모임의 끈끈함이 된다.


회사를 떠난 지 오래되어도

서로를 부를 수 있는 이름이 남아 있고,

그 이름이 다시 사람을 불러 모은다.


손주 자랑이나 사진을 보여줄 때는

할비의 순박한 모습과

입가의 미소가 애교스럽게도 보인다.


모임에서는

여전히 현장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제는 성과보다는 사람 이야기와

에피소드가 더 오래 남는다.


모임 내내 한 말씀도 안 하시고,

듣고만 계시다가 어쩌다가 건네시는

그 한마디가 예전의 긴 지시보다

오히려 더 묵직하게 다가온다.


그분의 웃음 속에 체념이 아니라,

사람과 세상을 이미 여러 번 통과해 본

여유가 담겨 있다.


여행 다녀온 이야기를 듣는 간접여행도

앞으로의 여행 계획을 듣는 부러움도

또 하나의 재밋거리이다.


예전에는 공정표와 일정표가 주제였지만,

이제는 계절을 이야기하고,

도시의 골목과 맛집 이야기를 나눈다.


이제는 선배님들의 관심사도

돈이나 직함이 아니라, 어디로 여행을 갈지,

어떤 취미생활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아프지 않고 어떻게 잘 사는지 등이다.


그래서 이 모임의 자리는

추억을 나누는 자리이면서도

선배들의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통해

미리 인생을 배우는 소중한 시간이 된다.


그리고 그 배움이

남은 인생에 조금 더 단단하고,

조금 더 지혜로운 사람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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