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찬가

<종로산책>출간과 광화문 BTS 공연

by 박홍섭

광화문광장에서 들려온 축하의 상상

<종로 산책> 출간을 앞두고

2025년 12월 19일 금요일,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의 거의 모든 시간을

광화문광장과 함께 보냈다.


그날의 기록은 이미 한 편의 글로 정리되어 책 속에 담겼다.


출근길의 호흡과 점심시간의 밀도, 저녁의 빛과 음악,

그리고 공연장의 잔향까지.

하루의 결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따라가다 보니,

광화문광장은 더 이상 ‘지나가는 공간’이 아니라

‘머무는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또렷해졌다.


그리고 몇 달이 흘렀다.

원고는 교정을 마쳤고, 책은 이제 활자에서 물성을 갖춘

한 권의 형태로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제목은 <종로 산책>


광화문과 종로를 오가며 쌓아온 시간의 기록이자,

한 직장인의 일상이 도시와 만나는 방식에 대한 작은 고백이다.


출간을 앞둔 이 시점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하나의 장면이 겹쳐졌다.

2026년 3월 21일 토요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BTS 공연이었다.

그날 광화문광장은 평소와는 전혀 다른 밀도를 가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광장에 도착하기 전부터 같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고,

그 흐름은 자연스럽게 하나의 리듬을 만들고 있었다.

무대가 설치된 광장 중앙은 일종의 중력처럼 사람들을 끌어당겼고,

평소에는 각자의 속도로 흩어져 걷던 발걸음들이

그날만큼은 같은 박자를 공유하고 있었다.


그 장면은 몇 달 전 글 속에 남겨 두었던 문장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광화문광장의 힘은 ‘겹침’에 있다.”


그날의 광장은 그 문장을 과장 없이 증명하고 있었다.

조선의 시간 위에, 식민의 상흔 위에, 산업화의 속도 위에,

그리고 오늘의 일상이 겹쳐진 그 공간 위에

또 하나의 시간이 포개지고 있었다. 그것은 음악의 시간이었고,

동시에 집단의 감정이 만들어내는 현재형의 역사였다.


공연을 넷플릭스를 통해 보았다.


무대 위의 조명과 음악, 환호와 떼창은 하나의 거대한 파동처럼 광장을 채웠다.

그러나 더 크게 다가온 것은 그 안에 서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표정이었다.


누군가는 손을 높이 들어 올리고 있었고,

누군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음악을 따라가고 있었으며,

또 누군가는 그저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오히려 하나의 장면 안에서 자연스럽게 겹쳐지며,

광장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 순간, 하나의 사적인 감정이 조용히 떠올랐다.

이 장면이 하나의 축하처럼 느껴진다는 생각이었다.


때때로 개인의 시간은

공적인 장면 위에 자연스럽게 포개진다.

그 겹침은 누구에게도 방해가 되지 않으면서,

오히려 장면을 더 깊게 만든다.


어불성설이지만

그날의 공연은, 곧 세상에 나올 <종로산책>

책을 향한 조용한 축하처럼 느껴졌다.


<종로 산책>은 거창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다.

도시의 위대한 사건이나 역사적 전환점만을 다루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매일 반복되는 출근길, 점심시간의 짧은 산책,

퇴근 후의 약속과 공연,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스며 있는

생각과 감정들을 담고 있다.


그러나 그 사소한 것들이 모여 하나의 흐름을 만들고,

그 흐름이 도시의 시간과 만나면서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된다는 사실은

광화문에서 배운 것이었다.


2025년 12월 19일의 하루가 그랬다.

아침에는 청계천을 따라 달리며 몸의 리듬을 맞추었고,

점심에는 같은 길을 걸으며 타인의 속도와 겹쳐졌다.

저녁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발레 호두까기 인형을 보며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시간을 경험했다.


그 하루는 단순한 일정의 나열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간의 층위가 하나의 공간 안에서 겹쳐지며

개인의 하루가 도시라는 더 큰 시간 속으로 스며드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몇 달 뒤, 그 공간은 또 다른 방식으로 장면을 만들어냈다.

음악과 환호,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에너지로 채워진 광화문광장.

그날의 광장은 더 이상 한 개인의 하루를 담는 그릇이 아니라,

‘우리의 순간’을 만들어내는 무대였다.


광화문광장은 늘 변해왔다.


한때는 육조거리가 있었고,

왕과 신하의 발걸음이 질서를 이루던 길이었다.

이후에는 식민의 흔적이 덧씌워졌고,

해방 이후에는 자동차가 공간의 주인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다시 사람의 속도를 되찾은 광장이 되었다.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광화문은 단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

다만 그 역할과 의미가 시대에 따라 달라졌을 뿐이다.


그리고 지금의 광화문광장은

그 모든 시간을 품은 채 여전히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책으로 정리하려 했던 것은 바로 그 흐름이었다.

그러나 원고가 완성되어 갈수록 분명해진 사실이 하나 있었다.


이 공간은 글로 완전히 담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광화문광장은 경험되어야 하는 공간이다.


걷고, 멈추고, 바라보고, 때로는 아무 이유 없이

그 자리에 서 있어야 비로소 이해되는 장소다.


그렇기에 <종로 산책>은 설명이 아니라

기록에 가깝고, 해석이 아니라 체험의 흔적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3월 21일의 공연은 더욱 또렷하게 남았다.

그 장면은 책 속에 담지 못했던 또 하나의 광화문이었다.


낮의 광장도, 밤의 광장도 아닌,

수많은 사람들의 감정이 동시에 상승하는 순간의 광장.


일상의 연장선 위에 놓여 있으면서도

동시에 일상을 넘어서는 축제의 무대였다.


누구도 알지 못하는 사적인 감정이었지만,

그 감정은 이상할 정도로 또렷했고 오래 남았다.


책이 출간되면,

누군가는 그 안에서 자신의 일상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스쳐 지나갔던 길을 다시 떠올릴 수도 있고,

누군가는 전혀 알지 못했던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게 될 수도 있다.


그날 밤, 공연이 끝난 뒤에도 사람들은 쉽게 흩어지지 않았다.

음악의 잔향이 남아 있는 공간에서 각자는

조금씩 다른 속도로 자리를 떠나고 있었다.


광장은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다.

출근길의 동선이 되고, 점심시간의 쉼터가 되며,

퇴근 후의 경유지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겹침은 오래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광화문광장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크고 웅장하면서도, 동시에 개인의 서정을 허락하는 공간.

혼자 걸어도 외롭지 않고, 함께 걸어도 소란스럽지 않은 장소.

그 길 위에서 한 권의 책이 떠올랐고,

그 책을 향해 조용히 축하를 건네는 하나의 장면이 겹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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