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 아카이빙으로부터 시작하는 독서 라이프 앱
책과 문장을 소비하는 새로운 방식
요즘 서점 업계에서는 '사이드 앱'을 통한 디지털 확장 작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교보문고는 문장 아카이빙을 주요 기능으로 삼은 '리드로그'를 출시해 운영 중이고, Yes24는 책 리뷰를 주요 기능으로 삼은 '사락'을 선보였다.
그 외에도 독서 관련 앱으로, 교보문고와 분쟁이 있던 Texture, 귀엽게 책을 쌓아가는 북적북적 등 다양한 서비스가 있다. 그러나 Texture나 북적북적은 교보문고 같은 주요 서점 업계가 시장에 진입하는 순간, '확장성', '투자', '기존 고객층 연결' 등의 측면에서 경쟁하기 어려운 구조로 보인다. 실제로 Texture는 올해 상반기 서비스 종료를 예고했다. 몇 년간 잘 사용했던 앱인데, 결국 BM 창출까지 이어지지 못한 듯하다.
이번 글에서는 교보문고의 리드로그 서비스를 다뤄보려고 한다. 좋은 점도 있고, 개선하면 좋을 점도 있다. 하지만 주변에 추천할 만큼 유용한 서비스이므로, 브런치에서는 개선점 중심으로 이야기해보려 한다.
1. 내 서재
- 2025년, '내 서재' 기능이 배포되었다. 교보문고에서 구매한 책은 자동 연동되며, 직접 책을 등록할 수도 있다. 특히 ISBN 촬영 기능이 매우 편리하다.
- 내 서재에는 책을 최대 500권까지 보관할 수 있고, 500권이 넘어가면 오래된 책부터 사라진다. 아직은 내 서재 안에 검색/필터 기능이나 폴더링 기능이 나오진 않았다. 사용자가 저장한 책이 많아지면, 그 책장 안의 데이터를 쉽게 볼 수 있고 관리할 수 있는 기능도 필요해질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은 내부에서도 중요 기능부터 출시한 후 차후 만들어 가려고 고려하고 계시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 덧붙여 '읽은 책/읽을 책/읽는 중인 책'을 구분하는 기능도 필요하지 않을까? 현재 나는 노션과 밀리의 서재에서 이와 같은 방식으로 필터링하고 있다.
- 내 서재는 결국 '뿌듯함'을 느끼고 '공유하기 좋은' 페이지가 되는 목적이 있지 않을까. 나는 리드로그의 방향에 있어 '읽고,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이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내가 올해 이런 책을 읽었어!" "내 책장 보여줄까?" "내가 이 분야에 대해선 이런 책을 읽었어!" 공유하기 좋게 설계되면 좋을 것 같다.
2. 글 쓰기 & 텍스트 추출
텍스트 입력 방식이 다양한 점이 장점이다.
1) 직접 쓰기
2) 앨범에서 문장 가져오기
3) 카메라 촬영으로 문장 가져오기
4) Live Text 문장 가져오기
책을 읽는 중에는 주로 3번을 사용하게 되는데, 4번 기능은 Texture나 사락에는 없는 기능으로, 리드로그만의 차별점이다. 이 기능 덕분에 압도적인 사용자 편의성을 경험할 수 있었다.
단, 아이콘을 사용자의 접근성 측면에서 직관적으로 개선해도 좋겠단 작은 의견도 있다. 처음 앱을 사용할 때, 해당 아이콘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대부분의 담당자분들이 뭔가를 결정할 때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라 기회가 있다면 카메라 아이콘 대신 라이브 텍스트 아이콘을 쓰신 이유를 여쭤보고 싶다.ㅎㅎ
또한, 텍스트를 추출하면 띄어쓰기 오류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책의 문장 앞부분에서 띄어쓰기가 엉망이 되는 경우가 많아, 사용자가 직접 수정해야 한다. 이를 개선하려면, 띄어쓰기 자동 보정 기능을 추가하면 좋을 것 같다. 맞춤법 검사까지는 필요 없을 것 같고, 기본적인 띄어쓰기 정렬 기능만 있어도 글 입력 과정에서의 사용자 경험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
이미지에 표시해 놓은 부분들이 사례인데 한 칸 한 칸 지우는 게 은근 시간이 걸린다. 사실 이 페인 포인트는, 추출 기능 자체의 한계로서 texture, 사락 등 유사 기능 탑재 앱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문제다. 그러니 먼저 해결해 주는 팀이 임자! ㅎㅎ
마지막으로, 배경 이미지에 원하는 사진을 넣는 기능이 추가된다면 어떨까?
하지만 이미지 퀄리티 관리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옥소에서 그룹 기능을 만들 때 ‘유저가 그룹 대표 이미지로 이상한 이미지를 올리면 어떡하지?’라는 고민을 했던 것처럼. 결국 우리는 브랜드 미션에 맞춰 열어두기로 했지만, 예상했던 대로 문제 이미지도 나타났다. 그래서 그룹 차단 기능을 도입했다.
리드로그도 그런 고민이 있으시겠지? 그렇다면, AI를 활용해 필터링을 거쳐서 부적절한 이미지를 걸러낼 수 있긴 할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의 리소스를 들일만큼 배경 이미지 업로드 기능이 중요할까? 우선순위가 높아보이지는 않는다. 그래서 팔레트로 더 다양한 색을 쓰도록 넣어주거나, 사전에 심사된 이미지를 제공하는 것이 더 리소스 활용에 있어 더 가성비 좋은 대안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싸이월드 스킨처럼 배경 디자인을 유저들이 만들고 공유하는 방식은 어떨까? 내가 만든 배경이 많이 사용되면 ‘문꾸(문장 꾸미기)’ 같은 새로운 사용자 활동이 생길 수도...! 물론, 어디까지나 상상이다.
3. 검색 / 추천
검색 및 추천 기능은 다소 불편한 점이 있었다.
예를 들어, 무라카미 하루키를 검색하면 문장이 나오지만, 장강명을 검색하면 나오지 않는다. 이는 해당 작가의 문장을 아카이빙 한 사용자가 없을 가능성이 있지만, 데이터가 있어도 검색되지 않는 문제도 확인되었다.
무라카미하루키 검색 > 나온다
양귀자 검색 > 나온다
장강명 검색 > 안 나온다
내가 양귀자의 모순, 장강명의 미세 좌절의 시대 속 문장들을 아카이빙 해놨으므로 둘 다 데이터가 있는데 하나는 나오고 하나는 안 나온다. 검색 부분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궁금해진다.
또한, UX 라이팅이 검색 경험을 방해하는 부분이 있다.
홈 탭의 검색: "문장의 키워드를 입력해 주세요."
검색 탭: "관심 있는 도서, 작가, 영화 등을 검색해보세요!"
1) 결과는 같은데 입력창 문구가 다른 이유는 뭘까 궁금했다.
2) 왜냐하면 ‘관심 있는 도서, 작가, 영화 등을 검색해보세요!’라는 문구를 보면 유저는 책 이름, 영화 이름, 작가이름을 검색할 가능성이 높다. 근데 그럴 경우 결과가 잘 안 나온다.
3) 칸 안에 텍스트를 가득 넣다 보니 '검색해 보세요'를 '검색해보세요'라고 띄어쓰기 오류를 눈감았다. UX라이팅 통일성이 떨어진다.
아무튼 검색 결과에 관해서는 데이터가 없기 때문인지, 검색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것인지 확인이 필요한데, 확실한 건 몇 주 전 장강명 작가의 문장을 아카이빙 해놨음에도 아직 검색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검색 기능은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비어있는 앱 느낌을 줄이기 위해서는 검색 결과가 없을 때 "장강명" 관련 첫 문장을 작성해 보시겠어요?라고 유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기도 하고....ㅎㅎ
추천 기능도 조금 더 보완하면 좋을 것 같다.
앱 가입 시 짧은 설문을 진행하지만, 짧은 만큼 추천의 정확도가 다소 부족하다.
또한, 기독교 서적을 아카이빙 했더니 '최근 쓴 문장과 관련된 문장' 카드에 불교 서적이 추천되었다. (넓은 범주에서의 분야는 같지만 종교가 다르므로 정교화가 필요할 것 같다.)
오히려 데이터가 적을 때는, 다른 사람들은 이 책에서 어떤 문장을 아카이빙 했는지 알려주면 더욱 유용할 것 같다.
온보딩 이후 추천을 위한 유저 데이터를 확보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이전 회사에서 정치 성향 테스트를 분석하여 콘텐츠를 추천하는 온보딩 플로우를 설계했는데, 기존에 존재하던 18문항이 너무 길어 피로도를 높다는 문제가 있었다. 입사 후 온보딩 설문을 단축하고, "재미로 하는 *더글로리 정치성향 테스트" 등의 방식으로 선 가입 후, 유저의 정치 성향 데이터를 '놀이처럼 수집'하는 방향으로 개선했다. 개인적으로는 데이터 수집&서비스 제공에 있어 사용자는 '놀이'로 느끼는데, 그 과정에서 유효한 데이터를 수집해 맞춤 콘텐츠를 추천해 주는 방식을 선호한다. (*더글로리 대사를 활용한 정치성향테스트)
또한, 이전 회사에서 데이터 보고서 등 프로덕트를 만들며 '데이터를 사용자가 이해하기 쉽고, 공감하며 공유하거나 활용하고 싶게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리드로그 또한 추천, 포트폴리오 영역에서 이런 부분이 더 강화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4. UX 라이팅
앞서도 UX 라이팅 부분에서 사용자 경험을 한 번 이야기했지만, 더 중요한 것이 메인 부분에 하나 있다. 메인 화면에 맞춤법 오류가 있다..ㅠ
최근 쓴 문장이예요! (X)
최근 쓴 문장이에요! (O)
이에요, 이예요 맞춤법 오류가 메인을 차지하고 있어 살짝 놀랐고, 속상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용자가 모이는 앱에서 이런 맞춤법 오류가 보이면 신뢰도/호감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특히 메인 홈은 이런 부분에서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론,
리드로그는 문장 아카이빙을 기반으로 책 읽고 수집하고 공유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도움이 되는 앱이다.
보다 정교한 검색과 추천 기능과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더 많은 사용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아! 그리고 리드로그 앱에서의 수익화를 고민한다면 어떤 제안을 할 수 있을까?
1. 출간 전 도서 문장 공개 + 쿠키 시스템
출판사 입장에서는 홍보 효과가 있고, 독자는 신간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수 있음.
웹툰/웹소설의 ‘미리보기 후 결제’ 모델과 유사
단순히 문장 공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심 도서 저장" 또는 "구매 유도"와 연계되면 더 효과적일 듯? 예를 들어, “출시 후 이 책을 구매할 경우 쿠키 리워드 제공” 같은 방식도 가능하지 않을까..
출판사와 협업하여 유료 도서 미리보기(쿠키 결제) 후 리드로그 내에서 해당 책을 구매할 경우 할인 혜택 제공
개인적으로 문학동네 북클럽 가입했을 때 출간 전 소설 일부를 미리 보여주는 메일을 줬는데 특별하고 흥미롭게 느껴졌다. 이런 사례처럼, ‘리드로그 한정 미리보기’ 같은 이벤트도 가능할 듯!!!
2. 신진 작가들의 문장 연재란
신진 작가들에게는 작품을 노출할 기회가 되고, 독자는 매일 신선한 문장을 접할 수 있음.
단순한 문장 공개를 넘어서, "구독형 모델"을 만들면 어떨까? "월 4,900원 → 매일 새로운 신진 작가의 문장 1개 + 주간 큐레이션 제공"
단순 문장 공개가 아니라 "스토리 아카이빙" 또는 "작가 후원 모델"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ㅎㅎ
월/화/수/목/금/토/일 매일 다른 작가들의 새로운 문장을 볼 수 있다면? 작가님들에게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그냥 매일 조금씩 쓰시고 버리시는 문장도 있을 거고... 문장도 애자일하게 쓰고 저장하고 버리고 기록해 나가는 과정에서 독자들은 매일 새로운 문장을 만나고, 작가는 계속해서 문장을 공유하는.. (왜 매일 다른 작가의 문장이냐면, 창작의 고통을 알기에 주 1회 1문장으로...ㅎ)
얼마 전 토스와 이재용 회계사님의 유튜브 내용을 담은 책 <B주류 경제학>을 읽었다.
거기서 출판 사업과 패션 업계를 유사한 포인트에서 비교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는데, 그렇다면 서점 앱은 무신사, 29cm, W컨셉과 같은 패션 플랫폼 서비스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무신사의 강점은 ‘리뷰’ 다. 내 동생도 무신사의 까다로운 리뷰 시스템 덕분에 전신샷 등을 보고 제품 구매 여부를 결정하곤 한다. 반면, 나는 29cm나 W컨셉을 더 선호하는데, 보통 인스타에 올라오는 패션 인플루언서들과 W컨셉/29cm의 콜라보 콘텐츠를 참고하기 때문이다. 단순 할인 정보보다 “이 제품을 이렇게 활용하면 좋겠다”라는 제안이 포함된 콘텐츠가 구매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책은?
책 구매 과정에서도 리뷰와 추천 방식이 구매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장원영 추천 도서 파워...!)
- 무신사 스타일: 신뢰도 높은 리뷰가 쌓이면, 사람들이 해당 서점 앱을 더 자주 방문할 가능성 UP
→ 리드로그가 사락처럼 긴 리뷰를 남기는 앱은 아니지만, 짧은 한 줄평은 남길 수 있다. 리드로그에 남긴 한 줄평으로 매력적인 책을 만나는 기회를 줄 수도?
→ 또는 내 서재 파트에서 구체적인 독서 경험(이 책을 언제, 어떻게, 왜 읽었는지)에 대한 정보를 담게 한 후 활용하는 것은 어떨까?
→ 독립서점 이용자 중에 사장님들의 메모를 보고 책 고르는 재미를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서점과 콜라보를 해도 좋고, 유저가 입력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줄 리뷰를 보고 문장을 보고 구매로 이어지는 플로우는 어떨까?
- W컨셉/29cm 스타일: 패션 인플루언서처럼, 책도 저자/번역가/편집자/유명인의 추천/큐레이션 영향 존재
→ 유명인의 문장보석함은 팔로우 기능이 출시되면 아마 자연스레 활용 방법이 많아질 것 같다.
앞으로 리드로그는 독서 경험을 확장하는 플랫폼으로 어떻게,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
교보문고 앱과의 연계는 물론 추천, 큐레이션, 창작 등 다양한 실험을 통해 리드로그가 만들어갈 ‘책과 문장을 경험하고 소비하는 새로운 방식’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