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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muel Cheong Nov 04. 2019

계단의 의미

조커와 기생충 속 계단의 제의(무대)적 이용에 대하여

  조금은 늦었지만 이번 글에서는 최근 본 영화 속 나오는 건축적 장치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최근 큰 인기를  개봉작들이 있었다. 기생충과 조커이다. 두 작품은 어둡고 사회적으로 뒤쳐진 인물을 그려낸다는 점 이외에도 건축적으로 계단이라는 장치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는 점에 유사성이 있다.


  이미 많은 평론가와 리뷰어들이 ‘계단의 의미’를 주제로 많은 분석을 하였다. 계단의 수직적 상승, 높이 등이 신분, 사회적 지위 등을 의미한다는 분석이 많이 보였으나, 이번 글에서는 이와는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계단의 시작은 문명 역사의 시작이다.  인간에게 목적성(욕망)이 생기며 이를 위한 도구로 계단이 사용되었다. 어딘가를 올라가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며, 인간이 도구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원초적인 본능이다.


  지금 우리가 쉽게 보는 계단은 이전의 계단과는 그 모습이 다르다. 지금과 같은 기능 중심의 계단이 생긴 것은 고층건물들이 생기면서 올라가는 행위만을 위한 장치가 되었다.

퀄러의 통찰학습 이론 속 도구본능의 계단  ⓒ Wolfgang Kohler

  하지만 이전의 계단은 이 이상의 제의적 의미를 갖고 있었다. 과거 계단은 높은 곳, 하늘, 신을 향한 방향성을 갖고 있었다. 도달할 수 없는 곳에 대한 희망과 염원이 존재하는 곳이었으며, 곧, 위대한 존재를 위한 의식의 장소로 볼 수 있다.

ⓒ Maasaak and Maysam Yabandeh

  그리스에서는 계단을 올라 파르테논 앞 제단에서는 돼지, 소 등을 태워 제물로 바쳤으며, 먀야에서는 카스티요 위에서 인신공양으로 심장을 제물로 바쳤다. 이집트 하트셰프수트 앞에는 산자의 공간에서 죽은 자의 공간을 구분하여 제를 지내던 계단이 존재하였다. 이렇듯  다양한 문명에서 계단은 제의적 의미를 갖고 있었다.

ⓒ Former Elgin Collection(left), Unknown(right)

  과거 문명의 이러한 제의적 행위는 권력을 보여주며, 하늘에 공양을 드리는 하나의 공연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지금의 방송, 공연과 같은 인간을 위한 엔터테인먼트이며, 계단은 무대로 기능했다 볼 수 있다.


  현대사회에는 계단의 제의적 요소는 점차 사라지고 기능만 남게 되었지만, 영화 속에는 기능보다는 의미를 더욱 포함할 수 있기에 사라진 제의적, 무대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조커와 기생충에서는 보이는 계단들이 이러한 제의적이고 무대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영화 조커의 대표적인 장면인 계단 위에서 춤을 추는 장면은 이러한 제의적 의미로 파악해 볼 수 있다. 과거처럼 심장을 꺼내 물리적인 죽음은 아니지만, 척박한 사회 속에서 사회적으로 죽임을 당한 아써(Arthur)는 누군가의 웃음거리로 제물처럼 바쳐지고, 이후 제단(계단) 위에서 의식(춤)을 통해 아써(Arthur)는 스스로 조커로 다시 태어난다. 이 외에도, 극단에서 해고당하며 계단을 내려가며 낙서를 하는 조커, 지하철에서 금융가 사람들을 죽이고 계단을 올라 도망가 춤을 추는 조커, 그리고 경찰들을 혼란 속에서 따돌리며 마스크를 버리고 계단을 올라가는 조커 등 이 영화에서는 아써(Arthur)가 조커로 변하는 순간에 변환점의 무대로 계단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 Warner Bros, Pictures and Jose Perez

  다음으로는 영화 기생충이다. 기생충에서는 계단이 많은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요소와 무대로 작용한다. 계단을 오르며 가정부가 피 토하는 모습을 보는 장면,  가정부가 다시 집으로 돌아와 계단을 통해 지하로 내려가 남편을 만나는 장면들은 계단을 통한 무대의 등장으로 그 효과를 더하고 있다. 이후 계단을 굴러 내려와 가정부가 죽는 장면부터 폭우 속 계단을 내려와 물에 잠긴 집으로 가는 장면 속에서는 제물로 바쳐진 후 꺼져가는 심장이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것처럼 계단을 통과하며 파괴되는 생명과 삶을 보여준다.

ⓒ CJ 엔터테인먼트

  이렇듯 영화 속의 계단은 현실과는 다르게 기능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오늘도 우리는 어떤 계단을 오를 것이다. 불편하다 생각하여 바로 옆에 있는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사용할 것이다. 하지만 이때 단순히 이동의 기능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닌 계단을 통해 오를 삶의 무대를 생각하며, 불편할 수도 있지만, 하나의 의식처럼 의미 있는 계단을 오르는 것은 어떨까.

  당신은 어떤 계단을 통해 어떤 무대를 오르고 있는지. 의미 있는 계단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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