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하면 범법자

by 키리카



무질서의 질서, 무체계의 체계


사업을 하는 동안 정수로 대응하기 어려운 일들이 많이 발생한다. 상당 부분 세진모터스 대표로 있는 동안, 나는 꼼수를 꼼수로 인식하지 못한 채 자연스럽게 꼼수를 부리기 시작했다. 세진모터스는 직원 20명 안팎의 작은 기업이다. 세진모터스의 운영 시스템은 그 이전부터 주먹구구식으로 해 오던 것들이 많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체계적이지 않은 주먹구구식의 운영이 작은 기업을 운영할 때 더 효율적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나는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자동차와 공장 운영에는 개념조차 없는 사람이었다.

기계 쪽으로는 문외한이고, 전공은 예술학이었고, 직장생활은 공기업에 몇 년 재직했던 경력 밖에는 없는 사람이다. 그마저도 애둘 키우면서 감각을 상실해버린, 그런 내가 덜컥 대표이사를 맡았으니… 돌아가는 시스템이 제대로 되는 것인지 아닌지, 인사관리는 어떻게 해야 되고, 세금은 어떻게 나가고, 거래처는 어떻게 관리해야 하며, 공장의 설비 기기는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알 턱이 없지 않은가…


더 큰 문제는… 창업자인 우리 부모님 조차 디테일한 사항은 모르신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직원들이 알아서 챙긴 것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부모님조차 잘 모르시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운영이 되어 왔는데, 운영이 된다!


세진모터스의 설립 배경에 대해 간단히 추가 설명을 하자면, 세진모터스의 전신은 1989년에 어머니가 양재동 사거리에서 시작한 자동차용품 가게에서부터이다.

조선일보 창업성공스쿨 1992.03.30


80년대 초반, 내가 태어날 즈음 아버지는 화학약품 납품업체를 하셨는데, 당시 직원이 큰 교통사고를 내어 교통사고 합의금으로 집과 사업체를 모두 잃었다. 당시 나의 나이는 6세였고, 4세 동생이 있었다. 어머니는 무너진 집안을 일으키고자 자동차 보험 설계사를 시작하셨다. 그 후 89년에 양재동에서 자동차 시트커버를 팔기 시작하셨는데, 장사 수완이 좋으셨던 어머니는 금세 제고를 처리하였고, 자동차 용품도 같이 팔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시작한 세진자동차용품점이 세진모터스의 전신이다. 그 이후 자동차 경정비도 하나씩 추가하기 시작했는데, 사업이 커진 후에는 잠원동으로 옮겨 자동차 경정비업 소위 말해 카센터를 시작하셨다. 잠원동에는 이렇다 할 규모를 갖춘 카센터가 주변에 없었다. 주거지역이어서 사업을 오래 할수록 그 지역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다. 그렇게 10년 20년이 지나니, 카센터에서 파생된 사업을 하나씩 늘리게 되었다. 렌터카 사업과, 자동차 정비공장이 그것이었다.


이렇게 사업체가 커지기 까지, 어머니 아버지의 눈물겨운 스토리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나조차도 그 스토리의 1%도 알지 못한다. 나는 바쁘신 엄마의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 스스로 열심히 공부하는 모범생이 되어야 했기 때문에 사업에는 전혀 관심도 없었다. 그저 매일 저녁 피로해지고 예민해지신 부모님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더 열심히 스스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만 있었다. 물론 이때만 해도 부모님 역시 이 힘든 사업을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어 하지는 않으셨다. 그저 아이들은 공부 잘해서 스스로 원하는 길을 가기를 원할 뿐……


그런데 돌연 내가 30대가 되고, 아이를 낳고 키우며 소위 말하는 경력단절 여성이 되니, 부모님의 마음은 바뀌셨다. 1장에서도 언급했지만, 이쯤 되니 사업도 커졌고, 딸이 경제적으로도 능력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으셨던 것 같다.

30 평생 부모님의 사업에 관심 가져 본 적이 없는데, 돌연 그 일을 시작하려니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 이전의 세월 동안 부모님이 어떻게 이 사업을 꾸려 오신 것인지 도무지 그 체계를 파악할 수가 없었다.

그동안의 학업적인 성취나, 공기업을 다니면서 배웠던 업무의 체계성은 하나도 이곳에서는 적용되지가 않았다. 대표이사직을 숙지할 수 있는 매뉴얼이나, 업무분장서 따위는 없었다.


좋다. 그런 업무분장서 따위 없어도 부딪히면 되겠지, 하나하나 알아가겠지 기대했는데, 문제는 모르면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들이었다. 대표이사는 알아야 하고 챙겨야 할 것들이 많다. 그리고 무지가 곧 범죄가 되는 것들도 많다. 나는 도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이 살고 있다고 해도,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무지함으로 인해 관리를 잘못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 범법자가 될 수 있다.



무시무시한 산업안전보건법 무지하면 범법자!


무지로 인해 범법자가 되기 가장 쉬는 법이 바로 노동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이다.

세무회계 관리에서도 물론 무지로 인해 범법자도 될 수 있고, 막대한 손해도 볼 수는 있지만, 노동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은 이렇게 작은 기업에서는 법대로 다 지키기 어려운 사항들이 많아 위반하기도 쉽고, 적발되기도 쉽다. 그리고 이것이 법과 기술적인 부분을 모르면 범법이라는 것조차 알기 힘들기 때문에 나 같은 무지렁이는 단속이 나오면 적발될 것들 투성이이다.


세진모터스 대표이사 2년 차였던 그날, 노동부에서 특사경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러 나왔다. 많은 정비공장 중에서 왜 우리 공장이 조사대상이 되는 것인지도 몰랐고, 어떤 것을 위반했는지 조차 알 수 없었다. 나는 그저 법적 의무교육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직원들 건강검진을 했는지 여부를 조사하러 온 것으로 알고 열심히 서류를 준비하고 있었다. 물론, 그마저도 없는 것 투성이었다. 그동안 어떻게 관리가 되었던 건지, 돌아간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노동부에서 온 특사경은 두 명이었다. 두 사람 모두 젊고, 공부를 잘했을 것 같은 모범생 이미지 었다. 한 명은 내 또래로 보이는 조금 더 위의 직급인 것 같았고, 한 명은 나보다 어려 보이는 조금 더 아래 직급의 사람 같았다. 윗 직급으로 보이는 사람은 매우 예의가 바르게 왜 점검을 나왔어야 했는지를 우선 설명해 주었다.


“오영주 대표이사님이신가요? 저희가 이곳에 온 이유는 2016년부터 저희가 이 지역의 비슷한 규모의 정비업체를 조사해보니, 세진모터스가 다른 곳에 비해서 산재처리 비율이 높아서입니다. 여기 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다른 업체들은 산재 신청건수가 하나도 없는데, 세진모터스는 두건이 있더라고요.”


‘내가 출근하기 전에 이미 두건의 산재처리가 있었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또 내가 하지도 않는 일의 뒷수습이라니……’


“그래서 저희가 감사 차원에서 나온 것이고요 산업안전보건법을 제대로 이행하고 계시는지 여부를 확인하러 왔습니다.”


‘뭐… 우리가 그렇게 법에 위반되게 하는 것이 있겠어? 다 법 잘 지켜가면서 하지.’


“저희가 요청했던 서류들은 준비되셨죠?”

“네, 여기 준비해 두었습니다.”

“네, 그럼 우선 서류를 여기 두고, 현장을 한번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네? 혀… 현장이요?”


현장?? 현장에서 뭐 적발할 것이 있나? 사람 때려가면서 일 시키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현장을 엄습한다는 이야기에 무언가 내가 잘못하고 있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막연히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불안은 이내 현실이 되었다. 무언가 내가 알았다면, 미리 눈속임이라도 했을 텐데, 정말 나는 백지 그 자체였다.




현장에 도착한 특사경들은 이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보통 이런 게 오면 눈속임으로라도 적발될 것이 없게 연출을 해 놓는데, 여기는 정말 있는 그대로 속살을 드러내 놓고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사경 둘은 수군거렸다. 아마도 무엇부터 어떻게 얼마만큼 적발해야 할지 자기들도 당황스러웠기 때문인 것 같다.


그들은 마스크 없이 허공에 뿌려대는 방청제부터 지적하기로 한 모양이었다.

“저… 대표님, 저거 딱 봐도 케미컬인데, 저렇게 마스크도 안 쓰고 막 뿌리시면 안 됩니다. 그리고, MSDS* (Material Safety Data Sheet - 물질안전보건자료)는 구비해 놓으셨습니까?”

“MSDS요?”

그렇다! 무슨 책자를 본 기억이 있다. 나는 그 책자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 냉큼 특사경에게 전달했다.

“아…. 이 정도 가지고는 안되고요. 페인트 회사나, 케미컬류 회사에 MSDS자료를 받으셔서요, 태블릿이든, PC든 작업장에서 작업자들이 확인할 수 있게 해 주셔야 해요.”


그런가? 태블릿이든 pc든 자료를 넣어놓으면 작업자들이 본다는 이야기인가? 의아했다.


“그리고, 대표님, 저기 저 고압전기실 쪽은 문을 닫아놓으셔야 죠.”

그러고 보니 그곳에는 정말 작업자들이 문을 활짝 열어놓고 차량 범퍼며 휀다를 널어놓고 있었고, 문에는 ‘고압전기실’이라고 버젓이 쓰여 있었다.


또한 특사경은 한숨을 내쉬며 차량 건조실로 들어갔다.

“대표님, 이 형광등 덮는 덮개 있잖아요. 왜 여기랑 여기는 없는 거예요?”

정말 그러고 보니 없었다.

“이거 형광등 덮개가 없으면 형광등 스파크로 인해서 화재가 날 수도 있어요.”

그리고 또 특사경은 컴프레셔 있는 곳으로 갔다. 컴프레셔는 사정도 모르고 힘차게 돌고 있었다.

“대표님, 이 컴프레셔 컨베이어벨트에는 덮개를 씌으셔야 해요. 작업자 옷 같은 것이 끼어 말림 사고가 있을 수 있어요.”


아! 컨베이어벨트! 이건 전에 대표자 대상 산업안전보건의무교육에서 들은 적은 있다. 근데 그 컨베이어벨트가 이 컨베이어벨트에도 해당될 수 있다고는 생각도 못했다. 기계치인 내가 보았을 때 이건 엄연히 다른 기계이니까!


“대표님… 저희가 지금 적발한 것 말고도, 여기 보호장치가 안 되어있는 것이 너무 많아요.”


듣고 보니 그랬다. 자책감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내가 알기만 했으면 미리 조치할 수 있는 부분들이었다. 그런데 무엇이 어떻게 잘못인 것인지 조차 몰랐으니까. 그리고 그동안 관례적으로 모두 다 괜찮은 것들 뿐이었으니까.


나 역시 우리 작업자들이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는 그분들의 습관을 나 같은 낙하산의 잔소리로는 고칠 수 없다. 그리고, 방호 방치를 증설하는 것은 내가 결정할 수 없다. 우리 회장님 말에 따르면 다 필요 없는 것이니까. 이 역시 비용이 되는 것이니 쉽게 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물론 나라에서 지원해주는 제도는 있다. 하지만 이 제도를 이용하기는 우리 같은 소상공인은 너무 버겁다. 일단 내가 기계를 모르니 뭘 어떻게 지원받아야 할지 감도 서지 않는다. )


그렇게 그들의 불시검문은 일단락되었다.

그리고…… 그날의 성적표는 벌금 400만원이었다.

작업자를 위한 방호조치 의무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벌금은 과태료랑은 달리 범법자가 되는 것 아닌가……

인생이 해외도피였던 나는 언젠가의 해외도피를 또 꿈꾸고 있었기 때문에 벌금만큼은 너무 중대한 사안이었다. 내가 왜…… 내가 뭘 그리 잘못했다고, 내가 범법자가 되어야 하나……


왜인지 답은 명확했다. 내가 무. 지. 한. 대. 표. 자. 였기 때문이다.

대표자에게 무지는 곧 범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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