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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리카 Apr 19. 2023

아이들이 나약하게 키워지고 있다.

언제까지 쫓아다니면서 해 줄 것인가?

얼마 전 일본 오키나와 여행을 다녀왔다. 4년 만에 해외여행이라 매우 설레고 들뜬 마음으로 떠났다. 그런데, 아이 엄마가 되어서일까? 남들은 별 신경도 안 썼을 포인트에서 문화충격을 받았다.

첫 번째는 아이들이 많다는 점, 두 번째는 아이들이 매우 강하게 크고 있다는 점이었다.


첫날은 나하 시내에 있는 동네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놀렸는데, 이 동네 놀이터에 여러 명의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놀고 있었다. 압도적인 놀이터 사이즈에도 놀랐지만, 그 안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 메우고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우리 아이들 또래의 아이들도 많았는데, 보통 우리나라 놀이터를 가면 유치원생 아이들까지는 조금 있지만, 초등학생 아이들은 거의 없다. 다들 학원 가기 바빠, 놀이터에서 놀 시간이 없다. 또, 우리나라 지방은 아이들 소리를 듣기 정말 힘들다.

우리 가족은 비수기에 지방여행을 참 많이 다녔는데, 늘 놀이터는 텅 비어 있었고, 현지 아이들은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 없었다. 오키나와는 일본에서도 최남단 지방, 그런 곳에 아이들이 평일 오후에 수십 명씩 떼 지어 뛰어놀고 있는 모습은 우리나라에서 좀처럼 보지 못했던 풍경이었다.

오후 햇살을 마음껏 느끼며 뛰어다니는 어린이의 웃음소리에서 생기를 느끼며 흐뭇했던 것은 내가 이제 아이 엄마여서 일까?


두 번째 날 SUP 투어를 하면서 또 한 번 문화충격을 받았다. 바로 우리의 투어를 인도해 주신 사장님 가족 때문이었다. 그날 사장님께서 두 아들을 데리고 오셨는데, 알고 보니 사장님에게는 네 아들이 있었다! 그중 차남과 막내가 같이 우리 투어에 함께 했는데, 차남은 유명한 SUP선수였고, 막내아들은 우리 아들보다 한 살 적고, 우리 딸보다 한 살 많은 초등학교 5학년 생인데, 그날 투어에 아빠와 함께 보조 가이드로 나선 것이다. 아빠의 지시에 따라 능숙하고 씩씩하게 투어를 서포트해 주었는데, 고작 우리 아이들과 나이가 한 살 차이일 뿐인데, 이렇게 강인하게 자라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놀라웠다. 나도 나름 우리 아이들 독립적으로 키우려고 학습보다 운동에 치중하고, 스스로 뭐든지 할 수 있도록 교육시키는 편이라 생각했는데, 그 아이를 보니, 우리 아이들은 너무 나약해 보였다.


물론, 한 가지 극단 적인 예시 만으로  일본과 한국을 비교하는 것은 난센스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글은 문화 차이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육아라는 관점에 포인트를 두고 싶다.


어제는 우리 아이들 학교의 어머니 기도회가 있는 날이었다. 우리 아이들은 기독교 대안학교를 다니고 있다. 대안학교, 비인가 국제학교, 수식하는 말은 많을 테지만, 여하튼 기독교적인 세계관으로 글로벌 인재를 키우는데 목적을 두고 있는 그런 학교이다.


나는 우리 학교 어머니 기도회에서 어머니들을 만나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공립학교에 다녔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어머니 모임을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고, 적극적으로 나가지도 않았다. 만나서 시답지 않은 이야기로 주제를 이끌어가는 것도 너무 기가 빨렸고, 아이들 학원 이야기만 하고 있을 때면, 소신 따위는 개나 줘버리고, 불안감이 몰려왔다. 그보다도 더 싫었던 것은, 엄마인 내가 인간관계를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 종속된 인간관계를 억지로 확장해 나간다는 것이 나의 자아를 부인하는 것 같아서 싫었다. 나의 이런 아들 친구 어머니 기피증 때문에 한편으로는 편하기도 했지만, 모든 아이에 관한 정보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아이들 학교를 옮긴 후 처음으로 어머니 모임이 쓸모 있고, 생산적인 모임이라고 느끼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나 스스로의 신앙이 점검이 되기도 하고, 학교를 위해 한마음으로 기도하고, 무엇보다 선배 어머님들의 확장된 시야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선배 어머님들의 한결같은 조언은 지금 하루하루 성실하게 쌓아가라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아이들을 강하고 든든하게 세우는 것.


한 어머님께서 강한 어조로 이야기하셨다.

“하버드, 예일 보내면 뭐 할 거냐고, 자기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거 하나 없으면 말짱 꽝이야. 요즘 젊은 애들 다 동태눈을 하고 있어서, 백날 공부만 하던 애들 사회생활이 하나도 안 돼! “


“어떻게든 아이들 좋은 학교 보내는 방법들은 있어요,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컨설팅받고, 아이 스펙 만들어 줄 수 있고…… 그렇게 억지로 보내놓으면 뭐 할 거야? 들어가서 버티지를 못하는데. 그러면 결국 퇴학당하고, 약하고, 나쁜 것만 배워서 오는 거야!”


그렇다. 우리는 짜인 틀 안에서 아이들을 너무 근시안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어느 대학을 보내느냐가 목표가 되어서, 어느 학원을 어떤 시기에 어떻게 보내는지 정신없이 찾아 헤맨다.


책상에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우리는 그것을 너무 많이 생략해 버린다. 책상에서 배우는 것만 채워 넣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니까. 어떤 어머니는 자신의 조카 이야기를 예로 들었다. 서울대에 붙었지만, 엄마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해주고 있고, 심지어 대학 2학년인 지금도 엄마가 학교까지 아이를 차로 태워주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어머니들이여…… 언제까지 당신의 자녀를 쫓아다닐 것인가?

나는 국가적 위기로까지 느낄 때가 있다.

우리 남편 회사이야기를 듣고 있어도 참 재미있을 때가 있다.

회사를 한 달만 다니고 직장상사가 한마디 한 것에 상처받고 잠수를 타버리는 직원, 회식 후 엄마가 데리러 온다는 직원. 이 직원들 다 한국에서 SKY는 나온 직원들이라 한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결혼을 싫어하고, 출산을 안 한다고?


출산과 육아가 힘들어서 안 하는 것이다. 경제적인 것, 집이 없다는 것, 다 원인이지만, 조금 더 솔직해져 본다면, 힘들어서 하기 싫은 것이다. 가끔 친정엄마가(혹은 장모님), 시어머니가, 아이를 봐주시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는 젊은 사람들을 볼 때마다 기가 찬다. 물론 맞벌이할 때 조부모의 도움이 없으면 힘든 것은 맞다. 그러나, 결혼 전부터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을 보면 “니 새끼는 네가 키워라!”라고 뒤에서 소리쳐 주고 싶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나도 벌써 꼰대인가 보다.


오키나와 SUP샵의 사장님과 함께 우리 투어를 서포트해 준 사장님의 막내아들.

사장님은 모든 뒷정리까지 아들들에게 맡기셨다. 아들들은 능숙하게 자신의 일들을 감당했다.

옆에서 옷 입고 벗는 거 일일이 잡아주고 있는 나와, 낑낑거리고 있는 허연 우리 아이들…

영어를 제대로 배운 적도 없고, 하지도 못하지만, 우리를 위해서 아는 단어 하나라고 외치며 이야기를 해 보려는 사장님의 아들과, 영어를 배웠다고 하지만 쑥스러워 말 한마디 안 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 몸으로 체득하는 책상 밖의 모든 경험들을 어찌 책상 위의 교육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할 수 있을까? 소위 체험학습이라고 불리는 만들어지고, 정제된 그런 경험 말고, 살아있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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