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전된 에너지를 충전!
7월 15일(토)
남편을 보내고 첫날이다.
어제는 그렇게 마음이 비어있는 것 같더니, 오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당연한 일상 같이 느껴진다.
아이들 어렸을 때부터 내가 줄고 메인으로 아이들을 돌보아 왔기 때문에 남편 없이 아이들을 끌고 다니는 것은 익숙하다. 단지 이번 여행은 많이 길고, 많이 머다란 차이가 있을 뿐이다.
오늘도 날씨가 별로 좋지 않다. 영국 날씨가 워낙 변화무쌍한 것을 알고는 있었는데, 이 정도였었나 싶다. 일기예보 앱을 보니 한 시간 안에 구름, 번개, 비, 해님이 동시에 그려져 있다. 아마도 일기예보고 어떻게 예보해야 할지 난감한가 보다. 한 주간의 런던 여행으로 아이들도 지쳤는지 어디 나가자고 하지 않는다. 첫째는 조용히 집주인이 놓아둔 블록으로 몇 시간씩 쌓기를 하고 있다. 나한테 놀아달라고 안 하는 것이 너무 고맙다. 런던의 고건축물을 많이 보아서 그런지, 쌓기 양식이 조금 달라진 것 같기도 하다.
둘째는 베이킹이 하고 싶다고 했다. 에어비엔비마다 웬만하면 베이킹 도구도 오븐도 다 갖춰져 있어서 그것들을 본 둘째가 베이킹을 하자고 했다. 집에 있는 재료를 뒤져보다가 피칸파이를 만들면 좋을 것 같아서 없는 재료들만 추가로 구입해 피칸파이를 만들어 보았다. 오븐이 좋은지 그럴듯한 피칸파이가 나왔다. 아이들이 맛있게 먹어주니 더없이 행복하다. 이런 게 쉼이고 행복이지……
다음 주부터 아이들 보내고 뭐 하지? 베이킹이라고 배울 수 있는 곳을 알아볼까? 잠깐 생각하다 이내 생각을 접는다.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뭔가 시간 분 단위로 쪼개 생산적인 일, 하물며 배우는 일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여기서는 아무 생각 없이 홀로 글 쓰고, 창밖을 바라보며 쉬고 싶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애들 캠프 갈 동안 그런 너는 뭐 해?”였다. 늘 드는 생각이지만, 꼭 뭘 해야만 하나? 나는 아무 구애받지 않고 오롯이 쉴 수 있는 이 시간이 너무 좋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