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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리카 Jul 23. 2023

전 세계 어디에서든 형제자매로 하나 된 크리스천

Better is one day in your court.


7월 16일 (일)


주일이다. 한국에서 속해있는 교회의 실시간 온라인 예배가 있지만, 시차가 있어서 실시간으로 예배드리기 어렵기도 하고, 현지에 있는 교회를 찾아가기로 했다.


영국에 있는 현지 교회에 찾아가서 예배를 드리고 싶었던 이유는, 내가 처음 영국에 왔을 때 드렸던 현지 예배의 따뜻함을 잊을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우리 아이들 역시 그 따뜻함으로 영국 사람들을 먼저 만난다면, 학교 적응을 위한 스트레스도 훨씬 덜 할 것 같았다.

내가 있을 때 갔던 현지 교회는 이모와 이모부가 속해있던 작은 개척교회였는데, 미국인 선교사님이 이끄셨던 젊은 교회였다. 그때 학교를 빌려 예배드렸었는데, 그 학교에서 더 이상 예배를 안 드리는지, 구글맵으로는 도저히 검색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구글을 돌려 그때 느꼈던 분위기와 가장 비슷한 교회를 두 개 골랐다.


영국도 기독교인의 수가 예전같이 않나 보다. 오래된 교회 건물들은 커뮤니티 센터로 주로 쓰였고, 나이 드신 분들만 예배당에 모이는 것 같다. 그나마 찾은 교회 중 한 곳으로 아이들을 이끌고 갔는데, 이곳도 없어진 것인지, 다른 곳에서 예배를 드리는 것인지 찾을 수가 없었다.

마음속으로 교회를 인도해 달라고 기도하며 길을 헤매고 있는데, 처음 보았던 두 군데 중 다른 한 곳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으로 많은 차들이 들어가는 것을 보니 분명 예배가 시작되고 있는 것 같았다.


주님 안에서 형제, 자매라는 말이 교회 밖에서는 우습게 들릴 수 있겠지만, 나는 이날 그 말이 피부로 와닿았다. 내가 주님 안에서 형제, 자매라는 믿음이 없었으면 그 무리 속으로 당당하게 들어가서 인사를 하고, 아이들을 주일학교 프로그램에 넣을 수 있었을까 싶다. 지극히 I인 내가!

그리고, 그들이 그렇게 밝은 미소로 나를 환대해 줄 수 있었을까? 가식적인 것이라도 좋다! 교회 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따뜻함이었다.


그렇다. 나를 영국으로 인도하셨던 그 인도하심은 온전히 나를 하나님을 만나게 하시려는 의도셨다. 낯선 땅에서 적응하면서 아무것도 모른 채 울고불고했던 기도, 학교 성경시간에 배운 성경말씀, 작은 필요 하나씩 채워주실 때마다 느꼈던 감동……나는 그때 하나님을 만나기 위해 인도되었던 것이다.


한참 학교생활도 익숙해지고 성적도 좋아지고 있을 때, IMF로 갑자기 한국에 돌아오게 되었을 때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이럴 거면 굳이 왜 거기에 보내주셨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늘 내 인생은 감질맛이었다. 항상 무언가 익숙해지고 잘하게 되면 다른 것으로 바꾸어 새로 시작해야만 했다. 늘 내 인생은 제자리였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잘하게 된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 나의 인생에 대한 해답을 나는 스스로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무언가를 완성하는 삶이 아닌, 과정으로 겪어가는 삶이라는 것을…… 과정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동행하는 삶이라는 것을……알면서도 확실하게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누른 것이다. 이곳 영국행 버튼을……


이곳 St. Paul 교회의 고풍스러움과, 젊고 열정적인 찬양, 귀에 쏙쏙 들어오는 말씀, 친절하고 따뜻한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그동안의 긴장감이 풀어졌다.


‘Better is one day in your courts.

Better is one day in your house.

Better is one day in your courts.

Thousand elsewhere.


찬양 가사를 따라 부르는데,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주님의 집 안에 위로가 있고, 평안이 있고, 안락함이 있다.


예배 후 주일학교에 참여하였던 아이들과 만났다. 예상대로 아이들은 교회 아이들의 따뜻함에 큰 감동을 받아 내일 있을 여름캠프도 매우 기대하고 있었다.


“엄마, 내가 먼저 인사를 해 보려고 다가갔는데, 내가 인사를 하기도 전에 언니들이 다 이름도 물어보고 너무 친절하게 인사를 하는 거야. 클레이로 모래성 만들기를 했는데, 내가 봤을 때 어떤 애가 잘 못 만들었거든, 근데 거기 있는 애들이 다 이거 너무 멋지다, 원더풀, 고져스 이러는 거야! 나 저 교회 너무 좋은 거 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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