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목이 아파
7월 22일 (토)
캠프의 1/4을 무사히 마쳤다. 토요일 아침은 실컷 잠을 자게 두었다. 매일 아침 정해진 스케줄 대로 움직인다는 것만으로도 많이 피곤했을 것 같아서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 근처에 여행 가 볼 곳도 많기는 하지만, 어딘가를 다니는 것에 대한 피로가 아이들도 나도 누적된 것 같다. 오늘은 그냥 아무 일정도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고 싶다. 게다가 오늘은 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영국의 여름은 해가 길다. 오전 5시면 이미 해가 밝고, 저녁 10시나 되어야 석양이 진다. 오전에 해가 일찍 떠서 그런지 늦게 일어났다고 생각했는데도 7시 반이었다. 아이들 깨지 않도록 조심조심 부엌으로 내려왔건만, 둘째도 이미 일어났다. 큰애는 더 오래 자고 싶은 것 같았지만, 둘째의 조잘거리는 소리에 이내 깬다. 부스스한 얼굴로 침대 밖으로 기어 나온 큰애가 힘없이 말한다.
“엄마, 나 목이 아파…”
비상이다!!! 기관지가 약한 큰애는 감기에 걸리면 목부터 왔고, 어김없이 기관지염으로 발전해, 한국에 있을 때 늘 항생제를 처방받고 나서야 감기를 넘어가고는 했다. 혹시 몰라 천식알레르기약, 호흡약, 감기약도 종류별로 갖고 왔는데, 감기의 종류인지, 카펫 바닥 환경으로 인한 알레르기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열이 나지 않아, 알레르기인 줄 알고 항히스타민제를 먹였는데, 목이 계속 아프다고 하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감기인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두 주 동안 아무 일이 없었던 게 감사할 정도이다. 온도도 오락가락, 비도 오락가락, 이런 환경에서 감기에 안 걸려 다행이다 싶었는데, 역시나 터지고 말았다.
안 그래도 오늘은 집에서만 쉬려고 했는데, 큰아이를 보니 더욱이 어디든 나가면 안 될 듯싶었다. 잔뜩 낀 구름과, 창문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니 나가고 싶은 욕구도 사라졌다.
심심해하는 둘째를 위해 미리 사둔 컵케익 믹스로 컵케익을 만들어 보았다. 제법 맛있게 컵케익이 잘 만들어졌다.
주말도 미디어에 의지하지 않고 버텨보리라 했건만…… 역시나 심심한 아이들은 근질근질한지 뭔가 보고 싶다고 한다. 나름 참아보려는 것 같은데, 미디어에 의지하여 심심함을 달랬던 습관이 쉬이 고쳐지지는 않는다. 결국 해리포터를 한편 보면서 오후를 보냈다.
그런데 큰 아이가 점점 목 통증이 심해지는 것 같다. 이번에는 종합감기약을 먹여본다. 초장에 잡지 않으면 큰일이다. 혹시나 기관지염으로 심해지면 갈 수 있는 병원도 없다. 주말 내에 낫지 않으면 일단 캠프를 하루 쉴까? 많은 생각이 든다. 결국 이럴 때 엄마는 최선의 결정을 빠르게 내려야 하는데, 우유부단한 나는 늘 아이들에 대한 결정을 빠르게 내리지 못한다.
아이들을 일찍 재우고, 나 역시 일찍 잠에 들었다. 간절한 기도를 드렸다.
주님, 이 아이들 제발 아프지 않게 지켜주세요. 이 아이들 아프면 여기는 병원도 없어요.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