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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리카 Aug 04. 2023

몽펠리에 가든

주말이 오기 전

7월 28일(금)

오늘도 여전히 날씨가 흐리다. 내일부터 다시 아이들과 오롯이 주말을 지내야 한다. 그 생각을 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렇게 집에서 청소만 하고 있으면 안 돼!

시내에 가서 이것저것 필요한 것도 사고, 아이들 있을 때는 같이 걸어 다니기 쉽지 않으니, 시내까지 한번 걸어서 가 보기로 했다. 이곳의 풍경들을 눈으로 새겨 놓지 않으면, 한국에 돌아가서 크게 후회할 것 같다.


정처 없이 시내 방향으로 일단 걷기 시작했다. 100년~200년 된 건물들이 길가에 버젓이 있어, 동네만 걸어도 이국적인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길을 지나오는데, 유명한 첼튼햄 레이디스 칼리지(Chentenham ladies’ college)가 보인다. 명문학교로 유명한 이 학교를 소문으로만 들었는데, 직접 보니 그 역사와 전통이 더욱 느껴진다.


이곳까지 걷다 보니 배가 조금 고파졌다. 눈앞에 보이는 카페로 들어간다. 라테와 브라우니를 하나씩 시켜놓고 노트북을 열었다. 이곳에 앉아서 글을 쓰는 이 시간을 한국에 가면 제일 그리워할 것 같다.


카페에서 한참의 시간을 보낸 뒤, 시내를 조금 더 둘러보았다. 지난번에 버스로 시내에 왔을 때와는 다른 길로 걸어 다녔는데, 걸을 때만 볼 수 있는 풍경들이 있다.

이곳에 사는 이들에게 이 풍경이 오히려 익숙하겠지? 이런 풍경에 익숙한 이들이 한국에 오면 반대로 모던함 속에서 또 이국적인 느낌을 받겠지?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며 이곳의 풍경들을 마구 사진을 찍어댔다.


첼튼햄 타운 센터 앞에 있는 몽펠리에 공원이다.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치면 너도 나도 이곳에 앉아 한 줌 햇살을 느낀다. 뛰어노는 어린아이들, 따라가는 엄마들, 전 세계 육아의 풍경은 어디나 비슷한 것 같다.


시내를 마음껏 둘러보고 나니, 주말을 아이들과 함께 할 에너지를 충전한 것 같다. 아이들은 벌써 캠프의 반을 달려왔다. 이제는 제법 캠프 안에서도 선배가 된 듯하다. 많은 아이들이 오늘까지 캠프에 참여하고, 다음 주에는 또 다른 아이들이 참여할 예정이란다.


그러고 보면, 캠프를 4주를 계획한 것이 조금 길다는 생각도 든다. 최대한 마음껏 즐기고 오지라는 생각에 4주를 계획하였는데, 같은 캠프를 4주 동안 간다는 것이 조금 지루한 감도 없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어딘가를 다니는 것에서 보다는 뛰어노는 것에서 재미와 만족을 느끼니, 어차피 긴 여름방학을 이렇게 보내기로 한 것도 잘한 것 같고……

뭐, 언제 또 이렇게 길게 휴가를 내어 아이들과 해외에서 시간을 보내 보겠나……

이 시간을 감사하고, 가슴과 머리에 이곳의 풍경, 바람, 햇살, 모두 세겨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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