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외식
7월 29일 (토)
아이들과 함께하는 주말. 오늘 점심은 기필코 외식을 해보리라 마음을 먹었다.
영국에 온 첫 주, 남편과 함께 런던을 여행할 때에 몇 번 외식을 하였는데, 가격에 비해 맛이 별로 없어서 외식에 대해 크게 기대를 안 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남편이 한국에 돌아간 후에는 줄곧 집에서만 해 먹게 되었다. 장바구니 물가가 한국과 크게 차이가 없고, 냉동식품도 종류별로 있어 집에서 먹는 게 익숙해지고 있을 즈음, 우연히 타운센터에서 고급진 일식집을 발견하였다.
이렇게 조그만 시골에 한식집이 있을 리는 없지만, 그래도 일식집은 한 두 개 보인다. 영국인들에게도 일식이 비건 식품으로 인기가 있는 듯했다. 그 일식집을 찜 해두고 주말에 아이들과 가려고 벼르고 있었다.
일식집에 서빙하시는 영국인 들 뒤로, 주방에서 일본인들로 보이는 아시아인들이 보였다. 겉모습이 다르다는 것과, 같다는 것이 어느 정도 긴장감에 영향을 주나 보다. 아시아인이 보인다는 것 만으로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메뉴를 보면서 하나하나 시켰다. 스시롤을 세 종류, 볶음우동과 라멘, 새우튀김을 시켰다.
직원은 나의 주문을 들으며 조금 갸우뚱하는 표정이었지만, 이내 웃으면서 준비해 준다고 하였다.
먹다 보니 배가 불러왔다. 내가 너무 배가 고픈 상태에서 주문을 한 것 같다. 아이들도 배가 부르다고는 했지만, 다 먹지 않으면 나중에 생각 날 것 같다고 했다. 그만큼 이곳 영국에 온 뒤로 가장 맛있는 식사였다. 끝까지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먹고, 디저트까지 시켜서 먹었으니……
직원들이 조금 놀라는 눈치였다.
‘어머, 저 여자, 애들이랑 셋인데, 메뉴를 6가지 시키고, 디저트까지 먹어……’
하지만, 그런 수군거림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한국에서야 이런 맛 정도는 흔하디 흔하지만, 여기에서는 이 정도의 맛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감격스러웠다.
배를 채우니 우리 아이들도,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은 때마침 날씨도 좋아 집 근처에 있는 놀이터에서 실컷 놀았다. 그래, 전 세계 놀이터 정복하자!!! 이렇게 무사히 토요일을 보냈으니, 내일은 교회 다녀오고, 오후만 또 잘 버티면 되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