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간 쿠키

쿠키성격

by 무지개

쿠키는 4형제 중 막내다.

형제들에게 치어 엄마 젖을 맘껏 먹지 못해 덩치가 제일 작았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쿠키는 먹보다.


쿠키가 6개월쯤 되었던 것 같다.

딸이 기숙사에서 오던 날, 여름밤이었다.

방문을 모두 열고 딸이 좋아하는 ‘감자탕’을 끓였다.

고기가 잘 삶아졌는지 확인하려다가

그만 큰 돼지 뼈를 주방 바닥에 떨어뜨렸다. “어~” 하는 순간,

주방을 지켜보던 쿠키는 떨어진 돼지 뼈를 순식간에 물고 밖으로 냅다 튀었다.

"쿠~키" 하며 집게를 쥔 채 뺏으려고 달려갔지만,

안방을 건너 베란다를 거치고 마당으로 부리나케 도망을 갔다.


다행히 고기 뼈를 입에 물고 있어서 쿠키를 부르니 한 번 바라보고는

수돗가로 달려가 앉아서 단숨에 ‘꿀꺽’ 삼켜 버렸다.

‘이를 어쩌나?’ 생각하는데, 집에 들어오던 딸이 그 장면을 목격하고 주저앉아서 오열했다.

달려가 쿠키를 불러 손으로 입을 벌려 보았다.

고기 냄새만 풍기고 감쪽같이 없어진 뼈를 찾기 위해 입 안쪽과 목구멍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작은 뼈가 아닌지라 목구멍에 걸려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외부에도 아무런 흔적이 없었다.


“쿠키가 죽으면 어떡하냐?”라고 딸은 울고 있고 주말밤이라 동물 병원은 문을 닫아있을 테고,

결국은 차로 40분이 걸리는 24시 전주 동물 병원으로 쿠키를 데리고 갔다.

어린 쿠키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눈만 껌벅거리며 태연하게 딸 품에 안겨있었다.

나는, 걱정이 되었다. ‘아무 일 없어야 할 텐데’

지금 생각을 해보면, 그때부터 능구렁이 아저씨 성격이 보였던 것 같다.


동물 병원 의사 선생님은 내 설명을 듣고 목 안과 목 밖을 살펴보시고는 엑스레이를 찍자고 하였다.

엑스레이 확인을 하시고 의사 선생님은

“고깃덩어리 크기가 어느 정도 되나요?” “지름 5~6센티미터 정도요”

“언제 삼켰나요?” “저녁 6시 정도요”

“음~목에도 특이점이 없고, 엑스레이 상태도 이상이 없으니”

“그럼 괜찮은가요?” 그 말이 끝나자 “강아지는 사람의 위와 달라서... 우선 지켜봅시다.”

“뼈가 작지가 않은데 괜찮을까요?”라는 나의 반복 질문에

“다행히 소뼈가 아니고 돼지 뼈라, 그리고 목에 걸렸다면 기도가 막혀 여기까지 못 왔을 거예요”라고 하여

쿠키를 바라보니 표정이 없었다. 소화제를 받고 쿠키를 차에 태우고 집으로 향했다.


쿠키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얼굴에 표정이 없다.

얼굴이 어두웠던 딸의 표정만 환해졌다.

돌아오는 길, 딸은 쿠키에 뭐라 뭐라 하며 “쿠키야! 엄마가 잘못했지.” 하였다.

난 강아지를 낳은 적이 없는데 그렇게 쿠키의 응급실 방문은 우리에게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였다.

사람들은 모른다. 강아지가 가족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딸은 아빠를 잃고 쿠키를 의지하며 일상을 회복하고 있었으므로 쿠키는 가족이다.

그 뒤로 쿠키는 딸로부터 먹는 것 앞에서 절제하는 방법을 강제로 교육을 받았다.

지금은 먹는 것 앞에서는 “앉아, 엎드려, 손, 발, 코, 입, 기다려”를 세트로 혼자 한다.

그래도 쿠키는 먹보다.

그렇지만 “안돼”라는 말과 “기다려!”라는 말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킨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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