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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아이의 감정을 소중히 다뤄주세요

생각하는 프니 에세이

by 생각하는 프니

시력 검사를 받을 때 동서남북 중 한쪽이 끊긴 C자 모양의 글자를 '란돌트 고리'라고 합니다.

시각 검사의 표준 시표인데요.


안경 맞출 때나 건강검진 할 때 반드시 거치는 과정입니다.

자주 봐왔는데 우연히 책을 보다가 이름을 알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걸 하나씩 알아가는 순수한 기쁨이 있습니다.


알아도 몰라도 사는데 하등 문제없습니다.

이름 모른다고 검사 못할 거 아니고 안다고 시력이 좋아지지도 않죠.


마음에서 이는 무수한 감정들 이름을 몰라도 당장 먹고사는데 지장 없습니다.

짜증이 났는데, 화가 났는데 왜 그런지 파고 들지 않아도 하루이틀이면 잊어버리니까요.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문득 깨닫습니다.

감정은 정보나 지식과는 다르다는 것을요.


잊힌다고 생각했던 감정의 찌꺼기는 마음 저 깊은 곳에 차곡차곡 쌓여 몸이 힘든 어느 날 저녁,


붉은 마그마가 산꼭대기의 헐렁한 틈새를 뚫고 솟아나듯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다는 사실을요.


생채기가 났을 때 들여다보고, 이유를 물어보고, '네 탓이 아냐'라고 다독거리고 안아줘야 합니다.

'별 일 아냐'라거나 '다들 그렇게 살잖아'라고 덮어버리면 그 안에서 혼자 곪아갑니다.


아무도 관심 없는 소소한 지식하나 알게 된 것도 작은 기쁨인데, 내 마음속에 깃든 감정 하나에 이름을 물어봐주는 것도 큰 위안이고 위로입니다.


가슴이 철렁거릴 만큼, 맥박이 빨라질 만큼 일상의 작은 물결이 밀려들면 절대 그냥 흘려보내지 마세요.

불안해도, 초조해도, 화가 나도, 분노가 치밀어도 참지 마세요.

이유를 물어보고 괜찮다고 토닥토닥해 주세요.


어른인데...


어른처럼 아무렇지 않게 뚜벅뚜벅 걷고 싶은데, 마음속에 아직 어른아이가 살고 있습니다.


감정을 소중히 다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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