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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맥락을 읽어내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생각하는 프니 에세이

by 생각하는 프니

"한국 사회는 구성원들에게 유독 높은 수준의 사회적 맥락을 읽어내는 능력을 많이 요구합니다."

(<<바운더리>>중 p60, 김현, 푸른 숲)


영화 <기생충>에서 IT기업을 운영하는 박사장(이선균)은 선을 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합니다.


고용주와 고용인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선이 있습니다.

운전기사 기택(송강호)이 선을 넘을 듯 말 듯 넘지 않는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합니다.

상호 합의하에 만들어진 선이 아니라 철저히 갑의 입장에서 그어놓은 선입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바운더리를 설정하고 살아갑니다.

'내 선은 여기까지이니 넘어오지 마!'


눈에 보일 듯이 선명하게 타인과 경계를 그어놓는 사람도 있지만,

스스로 자신의 울타리를 넓게 설정한 사람은 남의 구역을 침범하는 일이 아무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가장 어려운 일은 직급이 높은 상사나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의 선을 살피는 일입니다.


그들 중엔 일정한 사회적 합의에 따라 생겨난 선을 지키지도, 신경 쓰지도 않는 사람이 간혹 있습니다.

'나의 선은 중요하지만 너의 선은 중요하지 않아!'라고 생각하는 거죠.


조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직 내에서만 허용되는 선이 있고 그 선을 넘어서는 일을 마치 범죄를 저지른 거 마냥 호들갑 떠는 일도 발생합니다.


일로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이지 않는 이 선의 모양과 범위를 알아내는 일이 더 막막합니다.


눈치 빠른 사람이나 조직 내 미리 아는 사람이 있으면 귀띔이라도 받겠지만,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은 조직 내의 사회적 맥락을 읽어내는 일을 못해 그만두는 사람도 많습니다.


알아서 잘해!라는 말은 맡은 일을 잘해내는 건 기본이고 조직 내 사회적 맥락을 스스로 읽어내고 그에 맞게 행동하라는 뜻입니다.


학창 시절 국어시간에 글의 분위기나 등장인물의 생각을 맞추는 문제를 그렇게 많이 풀어냈는데도 막상 실전에 닥치면 정답을 찾기가 참 어렵습니다.


해석에 능한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영어문장을 해석하는 게 아니라 분위기를 파악하고 돌아가는 사정을 어림짐작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현실 속에 탐정이 되어야겠습니다.

오늘도 정답을 찾아 해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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