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프니 에세이
2022년에 ENA에서 방영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기억나는 장면이 있습니다.
주인공 우영우가 대형 로펌 동료인 최수연에게 별명을 지어주는 장면이 있습니다.
"너는 밝고 따듯하고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야.
봄날의 햇살 같아."
가슴 따듯한 이 대사가 봄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오늘 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주인공의 말처럼 봄날이 밝고 따듯합니다.
착하고 다정한 온기가 온 세상을 감싸고 있는 느낌입니다.
'봄이다!'
이 한마디로 많은 봄을 지나쳐왔습니다.
봐야 할 게 너무 많은데 제대로 못 보고 지나쳐왔습니다.
기껏해야 벚꽃 한창일 때 사진 몇 장 찍는 거 외에 없었습니다.
출근길 퇴근길에 버스 창문 너머 꽃이 피었구나! 봄이구나! 하는 생각만 몇 번 하다가 지나버린 적이 대부분입니다.
겨울바람이 채 가시기 전에 매화와 동백이 먼저 피고 쑥이 자라고, 노란 민들레와 개나리가 툭 튀어나오고 벚꽃이 세상을 하얗게 덮고 나면 철쭉과 진달래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꽃구경 좋다는 고데 굳이 가지 않아도 주변에 흐르러지게 피는 꽃이 제법 많습니다.
올해는 꽃피는 순서 따라 하나하나 제대로 눈요기하는 중입니다.
진작에 했었어야 하는데 마음에 여유가 없었습니다.
지금도 매한가지지만, 올해 봄엔 꽃피는 거 한 가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세상일 다 알 순 없지만 일직선으로 달려가는 삶의 속도를 늦추고 오른쪽 왼쪽 주위를 꼼꼼히 살펴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