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지나치는 길에 봄꽃이 피었다면 마음껏 눈에 담아두세요

생각하는 프니 에세이

by 생각하는 프니

지난 4월 20일이 곡우 穀雨였습니다.

곡식 곡자와 비 우자를 씁니다.

"봄비가 내려 곡식이 윤택해진다."

24 절기 중 여섯 번째로 볍씨를 물에 담가 싹을 틔우는 날입니다.

이 싹이 자라 모가 되면 5월에 모내기를 시작하는 거죠.


농사를 짓던 옛날에도 1년 12개월 동안 매 절기마다 해야 할 일들이 있습니다.

맛있는 것을 먹고 즐기는 행사도 있지만 꼭 그 시기에 해야 할 농사일도 있습니다.


해야 될 시기에 그 일을 하지 않으면 1년을 놓쳐버립니다.

볍씨를 물에 담그거나 봄나물을 캐거나 밭에 모종을 심어야 하는 시기가 있습니다.

'모든 일은 때가 있다.'는 말은 생존과 연결됩니다.

그리고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겠죠.


공자는 이십 대에 뜻을 세우고, 삼십 세에 스스로 일어설 수 있어야 하고, 사십 대에 유혹에 넘어가지 않아야 하고, 오십 대에 하늘이 주신 운명을 알고 받아들인다 했습니다.


그대로 따라 하기 참 쉽지 않습니다.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하는 청춘이 많고 삼십 대가 되어도 자립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십 대가 되니 유혹에 너무 잘 넘어갑니다.

오십 대가 되어도 사회적, 법적 나이 외에 마음속에 '어른아이'는 여전히 어리고 세상물정 모릅니다.


공자가 살던 시기는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였습니다.

나라의 혼란이 극에 달했던 시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이 온 세상을 지배하던 시기가 지금과 크게 달라 보이진 않습니다.


그래서 공자는 굳이 지적했는지도 모릅니다.

혼란과 불안을 뒤덮은 시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이러이러한 기준을 따라 살아가야 한다고 말이죠.


사실을 구술한 것이 아니라 목표를 제시한 것입니다.

한 번뿐인 삶을 세파에 휘둘리며 살지 말고 마음을 꼿꼿이 세우고 제 갈길을 잘 찾으라는 뜻입니다.


볍씨를 물에 담그는 시기가 있고 모내기를 해야 될 시기가 있듯이 우리의 봄날을 즐기는 시기도 정해져 있습니다.

여름이 오기 전에 마음껏 즐겨야 합니다.


지나치는 길에 꽃이 피어 있다면 마음껏 눈에 담아두세요.

화무십일홍이라 열흘 붉은 꽃 없습니다.

봄은 매년 찾아오겠지요.

하지만 2025년 봄은 지나가 버리면 다시 마주할 수 없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