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한가운데를 가볍게 즐겨보겠습니다

생각하는 프니 에세이

by 생각하는 프니

일본의 유명한 정리 컨설턴트인 마리 콘도는 1년간 입지 않은 '설레지 않는 옷은 버려야 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몇 년째 옷장에 고이 모셔만 둔 가을 코트와 날씬 핏이라서 구입한 청바지가 있습니다. 온몸을 욱여넣어야 간신히 들어가는 옷이라 입지도 못하는데 버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욕심일까 반성하면서도 멀쩡한 옷을 버리는 데 일종의 죄책감이 있습니다. 매년 새로운 패션이 유행하고 살 빠지면 입을 수 있는 멋진 옷들이 많다고 이성적으로 설득해 보지만 아직 손도 못 대도 있습니다.


가을 옷장을 정리하면서 결심합니다. 이번에는 반드시 안 입는 옷들을 정리하자. 버려야 공간의 여유가 생기고 새것을 들입니다. 나간 자리가 있어야 새로운 것이 들어설 자리가 있는 법이죠.


우리 마음에도 걱정과 불안이 가득 차 있으면 기쁜 일이 있어도 기쁘지 않고 즐거운 일이 있어도 즐기지 못합니다. 마음을 비워야 새로 맞이하는 사소한 일들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습니다. 세상을 격려하듯이 토닥토닥 내리는 빗소리가 정겹고, 낙엽 쌓여가는 길가에 이름 모를 풀꽃이 빼꼼히 얼굴 내민 것을 볼 수 있고, 서늘한 바람이 귓가를 스쳐가는 가을의 풍경을 음미할 수 있습니다.


옷장을 비우고 마음을 비우고 하늘을 봅니다. 색을 잃어가는 나무를 찬찬히 올려다봅니다. 사르락 사르락 거리며 바람 부는 대로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를 듣습니다. 가을비를 머금은 촉촉한 대지를 밟으며 시원한 공기를 코를 벌름거리며 들이쉽니다.

어제가 추석이었습니다.

음력 8월 15일이 추석인데요 한가위라는 말이 가을의 한가운데라는 뜻이라는군요.

가볍게 가볍게(몸도 가벼워지기를) 가을의 한가운데를 즐겨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