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시작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습니다

생각하는 프니 에세이

by 생각하는 프니

소설가 김동식은 고등학교를 졸업 후 주물공장에서 10여 년을 일하다가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창작 단편 소설을 올리면서 알려지기 시작합니다.


소설 쓰는 법을 따로 배운 적은 없습니다. 글을 올리면 댓글에 올라온 독자들의 반응을 보며 글을 다듬어 나갔다고 하는데요. 3년 동안 무려 500편이 넘는 글을 발표했습니다. 급기야 2017년에 자신의 첫 책을 출간합니다. 김동식 소설집은 무려 10권까지 발표되었고 이후에도 꾸준히 자신의 소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김동식 소설집 7은 <살인자의 정석>인데요.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가 자신이 죽인 여성의 아버지를 만나 인연을 이어가는 줄거리입니다. 같은 취미를 즐기고 직장을 옮기면서 더 가까워지고 해외여행을 함께 다니기도 합니다. 극단적인 상황에 처할 때조차도 결코 자신의 범죄를 고백하지 않았으며 사과하지도 않았습니다. 정신을 잃었다 깨어보니 가상현실 테스트였습니다.


판사 앞에서만 반성하고 죄를 뉘우치는 범죄자들은 정작 피해 당사자에게는 사죄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항상 답답해하는 부분이었는데 기발한 착상입니다. 가상현실에서 우연히 피해자의 부모를 만났을 때 과연 진심으로 뉘우치는 모습을 보여주는가를 과학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시스템인데요. 작가의 멋진 상상력이 돋보이는 이야기입니다.


한 가지 일을 10여 년을 한다는 것은 익숙함을 넘어서는 단계입니다. 지루함과 권태의 사슬을 끊어내기 위해 쇼핑이나 여행에 빠지거나 넷플릭스와 같은 플랫폼이 속의 가상의 세계에 빠져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혀 다른 분야에서 창의적인 일을 시도한다는 것은 엄청난 발상의 전환이죠.

그의 시도는 성공했습니다. 독특한 반전이 숨어있는 자신만의 소설 장르를 개척해 냈습니다. 그렇고 그런 뻔한 직장인의 삶을 계속해나갔다면, 소설 쓰기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있는지도 모를, 묻힐뻔한 재능입니다.


늦지 않았을까라고 망설일 시간에 일단 해봐야겠습니다.

자기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시작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