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프니 에세이
"걱정과 불안은 엄연히 다르지만 서로 연관된 개념이다. 불안해하지 않으면서도 걱정할 수 있고, 걱정하지 않으면서도 불안해할 수 있다.
걱정은 주로 생각을 기반으로 하는데 비해 불안은 신체 감각(예컨대 복통) 같은 육체적 요소나 관련 행동(상황을 회피하는 것 등)과 더 깊은 관계가 있다."
(<<우울할 땐 뇌 과학>> 엘릭스 코브 지음, 정지인 옮김, 심심)
원시 인류가 사냥을 나갑니다. 멀리 않은 풀숲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바람이 불어 마른 잎사귀가 부딪혀서 나는 소리인지 아니면 맹수가 한 발을 내딛는 소리인지 알 수 없습니다. 알아보기 위해 지나치게 낙관적인 원시 인류 하나가 가까이 다가갔다가 호랑이와 맞닥뜨립니다.
맹수의 위험을 지나치게 경계한 원시인류만이 자신의 유전자를 남길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우리가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것은 DNA속에 물러내려오는 당연한 본능입니다.
걱정과 불안은 맹수의 위협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최소한의 방편입니다. 맹수가 나타날까 봐 걱정된다고 앉아만 있으면 굶어 죽습니다. 막상 사냥을 나가려니 불안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하겠지요. 키가 큰 풀숲을 지날 때는 소리를 죽이고 외부의 소음에 민감하게 대응합니다. 의심스러운 발자국이나 배설물을 발견하면 즉시 몸을 피해야 합니다. 맹수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에 대한 정보를 파악해야 합니다.
걱정과 불안으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을 때는 몸을 움직여야 합니다. 운동을 하든 청소를 하든 요리를 하든, 하다못해 문제적 상황을 글로 옮겨보는 것도 좋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걱정하느라 끙끙대고 불안에 떨며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울증적 증상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시대가 바뀌고 기술이 발전해도 우리는 여전히 원시 시대의 인간들과 같은 처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인류 전체는 발전해 가도 미약한 개개인은 여전히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안고 살아갑니다. 생존 경쟁에 처해진 상황도 똑같습니다.
누구나 걱정이 있고 불안을 안고 살아갑니다.
나만 그런 게 아닙니다.
그러니 오늘 하루 성실히 보냈다면 그걸로 된 겁니다. 지금 당장 해야 될 일이 아니라면 걱정과 불안은 내일로 미뤄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