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함이 삶의 디폴트 옵션이다

생각하는 프니 에세이

by 생각하는 프니

'괜찮아요?'

정말, 진짜 친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괜찮아요.'


길을 가다 청바지 무릎이 쓸릴 정도로 심하게 넘어집니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괜찮냐고 묻습니다. 얼른 일어서며 괜찮다고 답합니다. 어금니를 앙 다물만큼 아프고, 절뚝거리며 걸을지언정 아프다고 징징대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부끄러움이 아픔을 압도합니다.


우리는 괜찮아야 합니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 아니면 유난 떨지 말아야 합니다.


"괜찮다는 말은 지금의 감정을 설명하는 문장이 아니라, 대화를 무난하게 끝내기 위한 학습된 사회적 반응에 가깝습니다... 상대를 안심시키는 동시에, 나를 숨기는 역할..."

(<<나는 이제 지쳤습니다>> 정민규 지음, 또또규리, 2026)


무난한 사회적 반응을 잘 학습해야 잘 살아갈 수 있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는 능력이 많아질수록 경력자로 인정받습니다. 그러다보면 학습된 사회적 반응이 체질화됩니다.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말하는 습관이 무의식적으로, 자동적으로 튀어나옵니다. 반대로 실제 자기는 뒤로 처집니다.


'현타', '멘붕'이란 말이 유행하는 것은 굳어진 습관을 깨뜨리는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입니다. 어느 순간 가면과 실제의 자기 사이의 엄청난 간격을 깨닫게 되는 순간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괜찮지 않다고 계속 말하고 다녀야 할까요? 그러기엔 사회적 위험이 큽니다. 처음 한두 번이야 조용히 들어주겠지만 이내 등을 돌립니다. 왜냐하면 모두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잠시 쉬는 사이 힘들다고 징징되는 소리를 듣고 있을 여력이 없습니다.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는 일입니다.

'괜찮지 않구나'

'힘들구나'


"지친 채로도, 삶은 이어집니다... 우리는 종종 '제대로 된 상태가 되어야만 살아갈 수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 삶은 언제나 불완전한 상태에서 흘러갑니다. 잘 준비된 상태로 이어진 시간이 삶의 대부분을 이룹니다."

(같은 책)


완벽한 조건이 아니어도 삶은 살아지고 이어집니다. 불완전함이 삶의 디폴트 옵션이라는 걸 인정하고 그 안에서 나의 최선과 차선을 찾아가는 것이 현명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