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프니 에세이
뭔가 해결해야 할 일이 있는데 당장 어찌할 수 없을 때 우리는 걱정과 불안에 휩싸입니다. 해결책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시간이 걸린다면 편안하게 기다리는 일도 고문입니다. 기계처럼 반복되던 일상이 무너지고 번잡한 마음에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고대 그리스 시대 스토아 철학자인 에픽테토스는 노예의 자식으로 태어났고 주인으로부터 고문을 받아 절름발이가 되었습니다. 나중에는 노예에서 풀려나 스토아 철학을 이끄는 철학자가 됩니다.
<<괜찮냐고, 철학이 내게 물었다>>(임재성 지음, 필름, 2026)에서는 에픽테토스의 철학을 소개하면서 뜻대로 되지 않는 삶을 다스리는 4가지 방법을 제시합니다.
첫 번째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합니다.
두 번째는 현재의 순간에 몰두합니다.
세 번째는 정기적으로 자신과 대화합니다. 하루를 돌아보며 잘한 일과 부족한 일을 떠올려봅니다.
네 번째는 자기 연민을 버리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보는 연습을 합니다.
'왜 나만 이럴까?'하고 아무리 물어봤자 답은 안 나옵니다. 통제할 수 없는 범위에 속하는 질문에 매달려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당장 눈앞에 놓인 다른 일을 먼저 해야 합니다.
한때 집안일로 속상했던 적이 있습니다. 아침 독서를 시도했지만 한 페이지도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출근길도 불편하고 마음이 답답합니다. 희한하게도 막상 일을 시작하자마자 고민은 저 멀리 사라집니다. 일에 몰두하고 나니 고민이고 뭐고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나니 일하는 동안에는 문제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당장 어찌할 수 없는 일, 질병이나 돈, 명예와 같은 것들은 억지로 통제할 수 없습니다. 그럴 때는 시원하게 잊어버리고 그냥 다른 일에 빠져드는 게 최고입니다. 살다 보면 억지로 무언가를 하기보다는 시간이 해결해 주기를 기다려야 하는 일들도 있는 법입니다. 걱정과 불안으로 에너지를 허비하지 말고 때가 될 때까지 까맣게 잊는 것도 현명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