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 이름표를 붙여보세요

생각하는 프니 에세이

by 생각하는 프니

아마도 이십 대 초반이었을 겁니다. 전국 뉴스에 날 만큼 폭우가 쏟아진 날, 아는 언니의 친구의 남자친구가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산골짜기 거센 물길에 휩싸여 험한 모습으로 돌아가셨다는군요. 언니 친구와는 몇 번 만난 적도 있는 사이라 장례식장에 가야 하는지 어쩐지 몰라서 불안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주변인의 죽음 앞에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집으로 전화를 걸었죠. 엄마에게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건 쓸데없는 데 왜 가냐는 윽박지르는 소리뿐이었습니다. '살살 말해도 되는데 왜?' 눈물이 찡할 만큼 서운했습니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이 서투르다는 사실을요. 아프다, 슬프다고 직접 말하는 사람이 있고, 아예 한 마디도 안 하고 속으로만 삭이는 사람이 있고, 그리고 화를 버럭 내고는 외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나이 든 어르신들 중에 특히 화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귀가 잘 안 들려서 크게 말하는 것도 있지만, 감정을 표현하는 게 서툴러서 무작정 화부터 내기도 하죠. 상대의 입을 막을 수 있으니까. 그 이상 말하지 않으면 그 일이 없었던 일이 되는 것처럼.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으면 표현하지 않는 게 습관이 됩니다. 문제를 회피하는 것에 익숙해집니다.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타인의 마음을 공감할 수 없습니다. 이성과 논리가 중요한 세상이라 해도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것은 결국 감정입니다. 생각이 다르고 신념은 다를 수 있습니다. 진정성과 진실성을 가진 사람은 추구하는 뜻이 달라도 같은 울타리 안에 머무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감력이 부족하면 바깥에서 홀로 돌아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감정을 자제한다는 것이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는 말은 아닙니다. 외면하는 것도 아닙니다.


오늘 감정의 울렁임을 겪은 일이 있었다면 그 얘기를 풀어놓으세요. 단지 화만 내지 말고 감정에 이름표를 붙여보세요. 내 감정을 잘 알아야 나를 더 잘 이해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