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약한 어휘력을 걱정하다

생각하는 프니 에세이

by 생각하는 프니

"다른 사람들은 개의치 않는 어떤 점이 내게는 유독 거슬린다면 그 혐오감의 끝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애써 외면하려는 나의 콤플렉스나 약점과 맞닿아 있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싫은 사람을 위해 던진 화살이 결국 내 안의 어떤 지점을 찌를 때 나는 글쓰기가 삶의 거울 역할을 한다는 것을 매섭게 깨닫곤 한다."

(<<글이 안 써지세요? 저도요>> 정지음 지음, 밀리의 서재, 2026)


마음속에 감정의 파도가 심하게 요동칠 때 글로 써보라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진작에 해볼걸'.


여즉 미루다가 혼자만의 노트를 만들고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단어들을 나열하기 시작했습니다. 두서없이 쓴다는 게 어떤 건지, 개발내발 쓴다는 게 어떤 건지 볼 수 있었습니다.


상황을 글로 옮기는 과정은 수월한데 감정을 표현하는 부분은 더딥니다. '화가 난다', '짜증 난다', '싫다'라는 단어를 반복합니다. '너무', '진짜'같은 부사를 바꿔가는 것 외엔 별다른 표현을 생각해내지 못합니다.


부정감정을 써 내려가면서 내 감정이 생각만큼 그렇게 크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점은 좋았습니다만 다른 데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바로 빈약한 어휘력입니다.


오후 내내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채로 몇 시간을 보냈는데 이를 표현할 마땅한 단어가 고작 서너 개에 불과하다니, 충격적입니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인 활성 어휘는 20, 000개, 이해는 하지만 자주 사용하지 않는 단어인 수동 어휘는 40, 000개 수준으로 추정된다."

(같은 책)


안다는 것은 보고 듣고 이해한다는 의미도 되지만, 아는 것을 활용하여 말하고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일상에서 쓰는 활성 어휘가 심각할 수준으로 떨어져 있는 게 아닌가 걱정스럽습니다. 부정 감정에 푹 빠져 있던 시간에 비해 이 감정을 적확하게 설명할 단어가 부족합니다. 감정에 휩쓸릴 시간에 어휘력 향상에 힘써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