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프니 에세이
오늘 3월 20일이 춘분春分입니다. 分자가 '나눌 분'이라는 한자입니다.
태양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는 중에 적도를 통과하는 점, 즉 황도와 적도가 교차하는 춘분점에 도달합니다. 태양의 중심이 적도 바로 위에서 똑바로 비추는 날입니다. 그래서 낮의 길이와 밤의 길이가 같은 날입니다.
날씨 뉴스를 보니 일교차가 최대 20도까지라고 하는데요. 한낮에는 봄바람이 선선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만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쌀쌀합니다. "꽃샘추위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꽃샘추위가 제법 움츠려 들게 할 정도는 됩니다.
봄이라는 가장 대표적인 증표는 민들레와 쑥입니다. 길가 어디든 심지어 보도블록 틈새에도 잘 자랍니다. 어린 시절 이맘때 즈음에는 꼭 쑥버무리를 먹었습니다. 어린 쑥을 캐서 잘 다듬어 맵쌀 가루를 조물조물 묻히고 소금 간 살짝 해서 찌면 됩니다. 간식으로도, 밥반찬으로도 맛나게 먹습니다. 어머님은 어떤 봄도 놓치지 않고 항상 쑥버무리를 내놓으셨습니다. 봄이면 으레 쑥버무리를 먹는 것이 당연한다고 여겼습니다.
집에서 독립하고 난 이후로 제가 밥상을 꾸리면서부터 쑥버무리는 사라졌습니다. 별거 아니다 싶은데 직장 다니느라고, 더 맛있는 게 많다는 핑계로 잊고 지냈습니다. 나이 들면 어릴 때 입맛을 그리워한다고 하는데요. 들에서 쑥 캐는 사람들을 보면 쑥버무리가 떠오릅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한 조건으로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말과 행동을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해 보라고 하죠.
어쩌면 우리는 버려야 할 당연한 것들은 꼭 붙잡아두고, 버리지 말아야 할 것들은 잊어버리고 사는 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