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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하는 프니 Dec 07. 2024

중년은 부모의 늙음을 이해하기 시작하는 나이입니다

생각하는 프니 에세이

70대 할머니는 50대 첫째 아들이 오자 밥을 차려냅니다.

또래 비해 정정한 편이지만 밥그릇, 국그릇 드는 손이 살짝 떨립니다.

아들은 의자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하느라 입만 움직입니다.

'직접 밥 푸고 국 뜨면 안 되나?'

어릴 때 비합리적으로 보였던 풍경이 이제 이해됩니다.


어머니와 아들의 시간은 과거의 어느 한 점에 머물러있습니다.

아들이 십 대였을 수도 있고, 한창 일할 청춘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멈춰버린 시간은 세월이 흘러도 그대로입니다.

옆에서 보면 왜 노모가 밥상을 차리는지 의아하지만,

당사자들은 그들만의 탄탄한 세계를 형성합니다.


나이 들어야 알게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어머니는 젊은 시절의 모습입니다.

흰머리가 늘고 허리가 굽어도 아직 정정할 거라는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그러다 몸져누울 지경이 되면 알게 되죠.

어머니가 차려준 밥을 먹을 수 없는 시간이 다가온다는 사실을요.


때로 우리는 사실이 아니라 믿음의 영역을 살아갑니다.

내 나이 드는 건 인정하지만 부모님 나이 드는 건 믿고 싶지 않습니다.

항상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습 그대로이길 바랍니다.


세상 일이 그러하듯 내 얼굴에 주름 하나 늘어갈 때 부모님 주름은 더 깊어집니다.

중년이 지금까지 부모의 삶을 이해하는 과정이었다면, 이젠 부모의 늙음을 이해할 나이가 되었습니다.

중년은 자신의 시간도, 가족의 시간도 동시에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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