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 생길 거면 웃는 주름을 만들고 싶습니다
생각하는 프니 에세이
직장에선 티를 내지 않습니다.
두통이 와도 머리 아픈 티를 내지 않고,
주식이 떨어져도 가슴 아픈 티를 내지 않습니다.
집안에 아픈 사람 있어도 걱정하는 티 내지 않고,
승진이 떨어져도 아쉬운 티 내지 않습니다.
집에 급한 돈 필요해도 초조한 티 내지 않고,
다음 월급까지 버틸 돈 없어도 가난한 티 내지 않습니다.
여기서 '티'라는 말은 '어떤 태도나 기색'이란 뜻입니다.
또 다른 뜻은 '조그마한 흠'이란 뜻도 있습니다.
옥의 티라는 말이 후자의 뜻입니다.
대중교통을 타면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지 않습니다.
시비를 원천차단 할 수 있는 방법이며 서로를 위한 최선의 배려입니다.
공통적으로 지루하거나 잠 오거나 아무렇지 않은 표정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걱정 하나 없이 살진 않죠.
표정 없는 사람도 아는 사람을 만나면 금세 얼굴이 펴집니다.
원래 저런 표정이구나! 놀랄 만치 인상이 확 달라집니다.
그러다 혼자 있으면 또 무표정으로 바뀝니다.
때론 궁금합니다.
진짜 표정이 어떤 얼굴인지.
혼자 있을 때, 대중교통을 탈 때, 아는 지인을 만날 때, 친한 친구를 만날 때, 가족과 함께 있을 때.
어느 얼굴이 자신의 진짜 얼굴일까요?
나이 들어 온화한 표정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평생 고통이나 고생을 비켜간 인생을 산 것처럼 주름조차 웃상으로 패인 어르신을 봅니다.
서너 번 말 섞다 보면 고생 고생 생고생 다 거쳤답니다.
그럼에도 어떻게 웃는 주름을 만들 수 있었을까 굉장히 궁금합니다.
얼굴에 주름이 고정적으로 파이기 시작하는 중년엔 주름이 없으면 참 좋겠다 싶습니다.
물론 그럴 수 없다는 걸 압니다.
해서 이왕 생길 거면 웃는 주름을 만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