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테뉴의 <<수상록>>이 고전인 이유
생각하는 프니 에세이
"삶은 그 자체가 과녁이고 목표여야 한다."
-몽테뉴-
고전 《수상록》으로 유명한 몽테뉴는 르네상스 시기의 철학자, 법관이자 작가입니다.
당시는 가톨릭과 개신교 간의 종교적 혼란과 앙리 3세와 미래 권력인 앙리 4 세간의 정치적 암투가 활발하던 시대입니다.
또한 페스트가 창궐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던 시기입니다.
정치적, 종교적, 사회적 위기 한가운데 공직에 올라 때론 법을 집행하고 때로 중재자로 활동하며 내전과 암투에 목숨이 위협받는 불안의 시기를 겪습니다.
이십 일세에 법관으로 시작해 서른여덟에 한 번 은퇴합니다.
가문 자체가 부유한 집안이었던 그는 몽테뉴 성의 꼭대기인 4층을 서재로 만들어 독서에 빠져듭니다.
《수상록》에는 브라질 원주민 3명이 당시 열두 살인 샤를 9세를 알현하러 왔을 때를 기록합니다.
그들이 프랑스에서 놀란 점이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건장하고 무장한 성인 남성들이 그들 중 한 명이 왕이 되면 되는데, 한낱 어린아이에게 복종하는 일입니다.
두 번째는 온갖 편의를 차고 넘치게 누리는 자들이 있는 반면 나머지 절반은 그들의 문전에서 구걸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궁핍을 견뎌내고 있을 게 아니라 달려들어 반항하지 않는 점을 놀라워합니다.
어린 왕의 통치가 가져온 정치불안과 빈부격차가 얼마나 심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사회는 혼란스럽지 않은 적이 없고, 부자와 빈자의 격차가 심하지 않은 적이 없나 봅니다.
"내전이라는 최악의 전쟁, 운 좋게 살아남기를 바라며 운명을 우연에 맡길 때..
오늘 밤 누가 나를 배신하고 죽일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며 잠자리에 든 적이 무수히 많다.
... 자기 자신의 집에 파수꾼을 세우게 한다는 점에서..."
몽테뉴의 <<수상록>>이 지금까지 읽히는 이유가 짐작됩니다.
격심한 사회혼란의 한가운데를 묵묵히 헤쳐간 한 인간이 세상과 인간의 밑바닥을 두 눈으로 목격합니다.
솔직하고 진솔하게, 쉬운 문장으로 써 내려간 에세이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습니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조기교육을 받고 고위공직자로 살았지만 인생의 진실을 보는 눈은 살아있습니다.
1571년 은퇴하고 꾸준한 독서와 글쓰기를 한끝에 1580년 명저 《수상록》을 출간합니다.
내전과 정쟁의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아 몽테뉴 성의 꼭대기에서 고요히 독서를 즐기는 한 철학자의 삶을 상상해 봅니다.
물론 몽테뉴는 그 이후에 다시 공직에 나가게 됩니다.
삶을 관조하는 글솜씨로 고전을 써내는 능력만큼이나 공직자로서 왕의 신임을 받은 능력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