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이 목적이 되어버렸다
생각하는 프니 에세이
"현대의 세속 사제는 심리학자와 자기 계발 전도사이고,
신이 있던 우주의 중심은 자아가 대신 차지했습니다...
강박적으로 모든 것에서 쓸모를 찾는 현대사회에서,
오직 쓸모 없는 것만이 우리가 의미를 되찾도록 돕는 데 쓸모가 있을 테니까요."
(<<쓸모를 증명하지 않는 삶에 관하여>> 중 p21, p23, 스벤 브링크만 지음, 강경이 옮김, 다산초당)
칫솔은 치약을 묻혀 치아를 닦는 도구입니다.
구강 건강을 위한 하나의 수단입니다.
구두는 길을 갈 때 신는 도구입니다.
발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도구나 수단이 목적으로 변질되진 않습니다.
누구도 칫솔을 위해, 구두를 위해 사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특이하게도 돈은 수단이자 도구이자 목적입니다.
교환수단으로써의 편리성 때문일까요?
당장 필요하지 않아도, 언젠가 필요할 때를 대비해 돈을 모읍니다.
살면서 돈으로 살 수 있는 행복이 얼마나 많습니까?
삶의 목적은 오직 돈입니다.
인간은 수단일까요, 목적일까요?
직장에서 생산성이란 이름으로 수치화됩니다.
사회에서 중산층 계급을 기준으로 분포도를 그립니다.
자기 계발은 '나'라는 자아마저 깎고 다듬는 상품으로 취급합니다.
쓸모 있는 인간인가 아닌가의 잣대로 구분됩니다.
쓸모 있으면 행복하고 쓸모없으면 불행할까요?
돈으로 살 수 있는 행복을 건너뛰고, 평균 이상의 생산성을 찍어내야 하며, 중산층이나 그 이상의 계급으로 뛰어오르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그렇게 나이 먹어 가는 사이 행복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버립니다.
행복이 삶의 목적입니다.
시간과 일과 취미와 돈은 도구입니다.
도구가 목적이 되면 행복해지는 날은 결코 오지 않습니다.
때문에 쓸모 있는 것들이 아니라 쓸모없는 것들에 눈을 돌립니다.
예술은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닙니다.
도덕과 윤리, 자유와 책임, 자아와 반성, 신뢰와 용서가 삶의 가치를 찾는 데 도움을 줍니다.
가치 기준을 갖는다는 건 흔들리고 불안한 삶을 살아가는 데 든든한 버팀목이 됩니다.
가치란 명품관에 진열된 상품 고르듯 이것, 저것 손가락질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책을 읽고 경험을 되새기고 신중한 사색을 통해 하나씩 하나씩 만들어가는 일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하나를 시작하면 하나를 얻을 겁니다.
운 좋으면 10개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하나를 실패한 경험이라도 획득하게 될 겁니다.
수단이 목적이 되어버린 시대에 휩쓸려가지 않으려면, 책을 읽고 나만의 가치를 찾는 연습을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