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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전

냉이꽃 당신

공전


우재(愚齋) 박종익


해바라기와 태양 사이에는

무언가 살고 있다

온 여름 다 불사르고 나면

벼랑 끝으로 밀려나는 씨앗의 검은 중심


어느 봄날, 산들바람 주문이라도 걸어오면

움트는 여기가

마지막 무덤이라고

한 시절 저 하늘에 잎사귀 내고

죽을힘 다해 생의 모가지를 비틀다 보면

제 몸보다 더 크게 솟아나는

둥근 생명의 기운


생의 시작이나 종말은

어차피 따로 정해놓은 게 없으니

살아 꿈틀거리는 이 순간을

생의 절정이라 노래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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