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8월 20일(화) 7:30 pm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박종훈 피아노 독주회가 열렸다. 오늘 고양시문인협회 백일장 시상식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연주회장으로 달려왔다. 화려한 수상 경력을 가진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의 직접 초대는 더없는 영광이고 아주 특별한 경험이기도 하다.
박종훈 피아니스트를 처음 만난 것은 작년 여름 여의도 영산아트홀이었다. 그의 피아노 소리가 너무나 맑고 투명해서 마지막 연주가 끝나고 기립 박수를 치던 생각이 생생하다. 그리고 두 번째 만남은 미시간주립대 동문으로 구성된 Piano Quartet The Key 1st Concert 였으며, 2 Pianos 8 Hands의 격정적 화음에 카타르시스를 느낀 적이 있다.
오늘 레퍼토리는 슈베르트-리스트, 베토벤, 프로코피예프의 곡들로 구성하였다.
첫 번째 연주곡은 Der Muller und der Bach로 슈베르트의 유명한 연가곡으로 리스트의 피아노 편곡으로도 유명한 곡이다. 작곡가는 시에서 영감을 얻고 또 후배는 그 음악을 듣고 또 다른 예술적 영감을 얻는다는 것은 시인인 나에게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 나도 언젠가는 작사가로 나의 시를 알릴 기회가 오지 않을까 마음껏 상상해 본다.
두 번째 곡은 베토벤의 Piano Sonata No. 23 in f minor, Op. 57, "Appassionata"으로 베토벤의 3대 피아노 소나타로 열정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베토벤이 최절정기에 쓴 곡으로 사랑하는 뮤즈에 대한격정적인 마음을 표현한 곡으로 피아니스트선율을 따라 나도 같이 사랑에 빠졌다.
세 번째 곡은 베토벤의 32 Variations in c minor, WoO 80이다. 이 곡은 피아노 독주를 위한 변주곡으로 주제에 대한 32개의 변주곡으로구성되어 있으며 감상하다가 복잡한 감정에 울컥하기도 했다.
네 번째 곡은 프로고비예프의 Piano Sonata No. 7 in B-flat Major, Op. 83이다. 이 곡은 2차 세계대전 소련 스탈린 시대의 정치적인 압력에 의해 작곡된 전위적인 불협화음으로 구성한 전쟁 소나타로 ‘스탈린그라드’라고도 불린다. 심란했을 예술가의 절박한 심경을 상상해 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프로고비예프는 스탈린과 같은 날 죽었다고 한다.
지금도 광할한 어느 북쪽 대평원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치열하게 전쟁 중이다. 또다시 어떤 전쟁 소나타가 탄생할지 모르지만, 오늘 박종훈의 아름다운 음악으로 인류애가 더 많이 발현되어 더 이상 잔혹한 전쟁의 비극은 없었으면 한다. 피아니스트의 열정 가득 찬 선율은 뜨거운 폭염을 날려주는 큰 감동이었으며 파노라마로 밀려오는 여운은 아직도 생생하다.
폭넓은 음색과 화려한 건반, 청중들의 열렬한 환호와 박수, 거장으로 마주하는 그의 연주에 뜨거운 찬사를 보내며 다음 연주회에도 그의 충실한 팬임을 증명하고자 한다.
Program
1. F. Schubert, F. Liszt : Der Muller und der Bach
2. L. v. Beethoven : Piano Sonata No. 23 in f minor, Op. 57 "Appassionata"
Allegro assai
Andante con moto
Allegro ma non troppo Presto
Intermission
3. L. v. Beethoven : 32 Variations in c minor, WoO 80
4. S. Prokofiev : Piano Sonata No. 7 in B-flat Major, Op. 83
Allegro inquieto
Andante caloroso
Precipitato
앵콜곡은 확실히 맞는지 모르겠는데 슈만의 헌정(Widmung)이라는 가곡으로 리스트가 피아노로 편곡한 곡이다. 슈만이 클라라에게 결혼 선물로 바치는 눈물나는 러브레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