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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난 소리

냉이꽃 당신

고장 난 소리


우재(愚齋) 박종익



내 입술은 A/S가 곤란한 고물이다

고장이 나도 한참 장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랫만에

피스에 입술 적시면

색소폰은 공갈젖꼭지를 물은 양

바로 고개를 돌린다

좋을 때는 살가운 애인 되어

비브라토에 온몸을 떨어대며

애교 부리더니

이제는 이방인보다 더 서먹하다

기계도 사람도 늙으면 버림받는다지

귀먹고 눈멀면 사람 구실 안된다지

나는 그저 좋기만 한데,

나는 아직 쓸만한 A급이라고 생각하는데

퉁퉁 부은 얼굴로 밤새 뒹굴며

구수하게 흐르는 꽉 찬 서브톤 찾아내면

휘어지고 녹슨 몸, 어디 가서 다시

사랑을 받을 수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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