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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꽃

냉이꽃 당신

감꽃


우재(愚齋) 박종익


늙은 감나무에 걸린 노란 달을 바라보면
감꽃이 별처럼 떨어지던 외갓집이 생각난다
이른 아침 경대 앞에서 참빗으로
긴 머리 가지런히 넘기고
주홍빛 댕기를 묶으며 맞이하는 산골
밤새 달빛이 뻥튀기해 놓은

팝콘 광주리 주워 담아
주렁주렁 광목실에 곱게 꿰어

감꽃 목걸이 에 걸어주면
환하게 웃음 짓던 내 이모,

댕기 머리 소녀의 노랫소리가

숨바꼭질하던 가치락* 골짝에는
지금은 주춧돌만 남아 있다
이따금 달빛 창가에 앉아 색소폰을 불 때면

커다란 둥근 벨에서 감꽃이 피어나고
분홍 저고리를 입은 이모가
말랑말랑한 홍시 같은 노래를
한 광주리 머리에 이고 걸어 나온다


* 가치락 : 경북 군위군 부계면 창평리 자연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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