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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

냉이꽃 당신

장승


우재(愚齋) 박종익



이른 저녁 새 울음 그치면

무섭고 두려워서 불을 켠다

깜깜한 산마루 가운데

불빛 밝혀놓은 방향으로 혼자 서면

살았다는 생각

살아 있다는 생각

살아야겠다는 생각

산 너머로 숨어버린 그림자 한 줄

사랑의 불빛이 되었다가

어둠으로 멀어졌다가

끈적끈적한 땀 냄새 부풀어 오르면

외롭지 않으려고

마음이라도 환하게 켜 두려고

빈방에 스위치를 올렸다 내렸다 하다가

가만히 선 채로 눈만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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