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꽃 당신
우재(愚齋) 박종익
이른 저녁 새 울음 그치면
무섭고 두려워서 불을 켠다
깜깜한 산마루 가운데
불빛 밝혀놓은 방향으로 혼자 서면
살았다는 생각
살아 있다는 생각
살아야겠다는 생각
산 너머로 숨어버린 그림자 한 줄
사랑의 불빛이 되었다가
어둠으로 멀어졌다가
끈적끈적한 땀 냄새 부풀어 오르면
외롭지 않으려고
마음이라도 환하게 켜 두려고
빈방에 스위치를 올렸다 내렸다 하다가
가만히 선 채로 눈만 감는다
한국예총 「예술세계」 신인상, 해양문학상, 한국해양문학상, 전국호수예술제대상, 신춘문예당선, 아르코문학창작기금선정작가 시인, 창작사진가, Editor, 색소포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