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꽃 당신
우재(愚齋) 박종익
세한도 들머리
그림자조차 얼씬 않는
늙은 집 한 채,
뼈마른 소나무 가지에
눈발 흩날리는 소리마저
발끝 들어 귀 기울이면
그대로 적막강산이 따로 없다
일그러진 마음을
둥근 창에 걸어두고
뒤틀린 침묵을 다독이며
저 보이지 않는 문턱을 넘으면
허공은 창백하고, 안은 아늑하다
서러움을 굳이 증명하지 않아도
꽃으로 피고 지는 생의 이치가
낡은 움집에 깃들어 있다
칼바람에 몸을 숨긴
하얀 내력이
고요히 피어난다
한국예총 「예술세계」 신인상, 해양문학상, 한국해양문학상, 전국호수예술제대상, 신춘문예당선, 아르코문학창작기금선정작가 시인, 창작사진가, Editor, 색소포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