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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창의 마음

냉이꽃 당신

둥근 창의 마음


우재(愚齋) 박종익


세한도 들머리

그림자조차 얼씬 않는

늙은 한 채,

뼈마른 소나무 가지에

눈발 흩날리는 소리마저

끝 들 귀 기울이면

그대로 적막강산이 따로 없다


일그러진 마음을

둥근 창에 걸어두고

뒤틀린 침묵을 독이며

저 보이지 않는 문턱을 넘으면

허공은 창백하고, 안은 아늑하다


서러움을 굳이 증명하지 않아도

꽃으로 피고 지는 생의 이치가

낡은 움집에 깃들어 있다

칼바람에 몸을 숨긴

하얀 내력이

고요히 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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