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꽃 당신
우재(愚齋) 박종익
입이 없어도 검은 말을 하고
흰 말을 한다
지나간 수를 곱씹고
다가올 수를 기다리며
어떻게 살아갈지
숙고한다
놓인 수는
돌아갈 수도 없고
무를 수도 없다
그래서 수는 무거운 침묵이다
반상 위의 삶도 그러하다
이겨야 한다는 욕심에
안간힘을 쓰지만
때론 무승부가 있고
실격도 있다
우리네 삶과 다르지 않다
검은 수, 흰 수만으로
이토록 복잡한 세상이라면
말 많은 인생은
얼마나 어지럽고 평화로울까
무수한 색깔의 말들이 기다리는
넓은 광야를 보라
삶이란
끝없이 흔들리는 바람에
가만히 놓아두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