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의 노래

《수평선에 새긴 이름》

어부의 노래


우재(愚齋) 박종익


바다는 전쟁터다


물결과 물거품 사이

긴 성을 쌓았다 허문다

바다와 고깃배가 경계선을 긋고

촘촘히 깍지 낀 그물망이

휘청이며 서로의 숨통을 조인다


아우성치는 물살과

칼날 같은 바람

날것의

파도를 벗겨내야

목숨값을 건진다


물결이 가라앉고

다시 차오르기를 기다리며

그물질 끝에

생수병을 움켜쥐고

입안 가득 땀을 씻어낼 때

비로소

고기보다 사람이 먼저 보인다


지친 선원보다 먼저

얼음을 뒤집어쓰고

뭍으로 밀려는 고기 떼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파도가 잠들 줄 알아야

사람도 깨어날 때를 안다


철근 같은 손가락을 맞잡은 등대

쓰러진 어둠과 안개는

온 바다를 떠돌다

굳은살에 밀려 휘어진 그물을

밤새 떠 올리며

다시 새벽을 기다린다


월요일 연재
이전 16화풍경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