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에 새긴 이름》
우재(愚齋) 박종익
바다는 전쟁터다
물결과 물거품 사이
긴 성을 쌓았다 허문다
바다와 고깃배가 경계선을 긋고
촘촘히 깍지 낀 그물망이
휘청이며 서로의 숨통을 조인다
아우성치는 물살과
칼날 같은 바람
날것의
파도를 벗겨내야
목숨값을 건진다
물결이 가라앉고
다시 차오르기를 기다리며
그물질 끝에
생수병을 움켜쥐고
입안 가득 땀을 씻어낼 때
비로소
고기보다 사람이 먼저 보인다
지친 선원보다 먼저
얼음을 뒤집어쓰고
뭍으로 밀려가는 고기 떼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파도가 잠들 줄 알아야
사람도 깨어날 때를 안다
철근 같은 손가락을 맞잡은 등대
쓰러진 어둠과 안개는
온 바다를 떠돌다
굳은살에 밀려 휘어진 그물을
밤새 떠 올리며
다시 새벽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