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먼저다

《수평선에 새긴 이름》

풍경이 먼저다


우재(愚齋) 박종익


독립이

그렇게 멀어 보이던가


소라의 빈 방을 두드리며

어둠이 나선으로 스며들 때

쪽방 골목은

풍경부터 깊어진다


몸통의 절반이

밖에 남은 집


늘 문 쪽으로 먼저 접히는

허기진 발


그늘이 가장 먼저

도착하는 문 앞에

투구게들이 몰려와

옆구리를 찌른다


서랍 속

납작하게 접힌
월세계약서 한 장


붉은 도장은
소라게의 젖은 아가미를

둥근 원 안에 눌러 찍는다


목 좋은 곳으로 몰려가

대형 평수를 꿈꾸는 뿔소라


소라의 욕심이

천정부지로 튀어

지도에 없는 욕망의 세계로

날아 오른다


산호초가 아름다운

언덕에서는

월세라는 말이

파도에 떠밀린 지

오래다


이 세계에서는

사람보다

전망 좋은 풍경이 먼저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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