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에 새긴 이름》
우재(愚齋) 박종익
잎사귀도 열매도 없는
지붕이 출렁인다
수천 년을 살아온 고목은
젖고 마르기를 수없이 반복하며
한 번도 제 중심을 옮기지 않는다
허리를 굽힌 산기슭처럼
따닥따닥 붙은 따개비들
파도에 맞서며
침묵으로 견딘 세월
떠날 수 없기에
더 단단해진 생존의 문장들
섬과 섬 사이
파도는 낙엽처럼 흩날리고
사선으로 길어진 해거름
어깨를 밀지 않아도
바람보다 먼저
자리를 잡은 갯바위
수천 번 부딪친 힘만큼
뿌리는 더 깊어간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파도는 스스로 일어서며
무성한 숲을 이루고
갈매기들의 노래가 스며들어
저마다 살아 있는 전설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