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의 숲

《수평선에 새긴 이름》

파도의 숲


우재(愚齋) 박종익


잎사귀도 열매도 없는

지붕이 출렁인다

수천 년을 살아온 고목

젖고 마르기를 수없이 반복하며

한 번도 중심을 옮기지 않는다


허리를 굽힌 산기슭처럼

따닥따닥 붙은 따개비들

파도에 맞서며

침묵으로 견딘 세월

떠날 수 없기에

더 단단해진 생존의 문장


섬과 섬 사이

파도는 낙엽처럼 흩날리고

사선으로 길어진 해거름

어깨를 밀지 않아도

바람보다 먼저

자리를 잡은 갯바위

수천 번 부딪친 힘만큼

뿌리는 더 깊어간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파도는 스스로 일어서며

무성한 숲을 이루고

갈매기들의 노래가 스며들어

저마다 살아 있는 전설이 된다



월요일 연재
이전 14화바다의 장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