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에 새긴 이름》
우재(愚齋) 박종익
물결의 깊이를
손끝으로 헤아리며
허기를 채우듯
물살의 흔들림을
다 퍼내며
마주하는
물고기의 입술
물살은
비틀거린 한 시절을
다독이며
두더지처럼 땅속을 파고
기도하듯
새로운 길을 낸다
짠 방향으로
무작정 헤엄치다 보면
세상은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르고
온몸으로 막아서는
언덕배기를 넘어온
물떼새에게
입맞춤을 허락한다
가부좌를 튼 채
만년을 견디는 저 물길
깊은 고요에 닿기 위해
거친 파도로 차오르고
갯바위는
물거품을 물고 달려든다
물기둥과 물기둥 사이에서
부르짖으며
아무리 빈 곳을
찾아다녀도
바다는
단 한 번도
자기의 빈틈을
내어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