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단풍

《수평선에 새긴 이름》

갯벌 단풍


우재(愚齋) 박종익


바다는 무표정한 얼굴로
푸른 그늘을 펼쳤다

다시 접고
비바람에 몸을 꺾는다


서로 쓰러지지 말자고
소금물에 몸을 불려

주섬주섬

잎사귀 옷을 걸쳐 입으며

한여름의 땡볕 아래
살점 한 입 내어주듯
갯벌로 모여드는 붉은 숨결


칠면초
함초
나문재
해홍나물


이름은 달라도
짠물 속에서
한 방향으로 물든다


발가벗겨도
부끄러울 것 없다고
더는 숨길 것도
가릴 것도 없다고


돌아가는 길이
오솔길이든 건널목이든
그게 무엇이냐

갯벌 바닥에 그대로 누운
붉은 몸들
부끄러움에 미동조차 없다


잠시라도 덮어줄

붉은 옷 한 벌이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태양은

심장을 더 뜨겁게 드러내며

심술만 남긴 채

지나간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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