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의 얼굴

제38회 한밭전국백일장 동상 수상

마스크의 얼굴


우재(愚齋) 박종익


내 입술은 억울하다

마주 보아도 슬픔이 안 보이고

주름살도 간 곳이 없다

얼굴에 판자를 덧대고 못질하면서

정말 이렇게 살아도 되겠나 싶어도

민얼굴을 마주치면 금방 숨이 멎는다

싫어도 종일 마주치고 스쳐 보내는 사람들

영화 도망자의 헤리슨 포드가 따로 없다

어제는 마스크를 하면 강도이거나

연예인쯤 될 줄 알았는데

악마의 성난 입술보다

마주치는 민낯이 더 무섭다

이제는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강도보다 더한 파렴치한이 된다

암수 은행나무처럼 서로 떨어져야

너도 살고 나도 산다는데

악착같이 나를 따라붙는 그림자

재빨리 마스크를 쓰고 도망쳐 보지만

민얼굴의 그림자는 사방에 있다

총칼 없어도 군복을 입지 않아도

시한폭탄을 품고 사는 그림자

언제 터질지 모를 일이다

마스크를 하지 않으면

괴물이 되는 세상에서

전쟁은 발끝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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