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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의 유언

2019 아토포스 <생의 방법론>에 원고발표

낙엽의 유언

우재(愚齋) 박종익


당신 가슴을 간질이는

한 편의 시가 되고 싶습니다

붉은 가을 새들의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떠오르지 않으시다면

어느 무덤가에 세워 놓은 이름 몇 자보다

푸른 문장만 꺼내 읽어 주세요

혹시 달력을 넘기다가

청춘이 생각나지 않커던

그냥 한 번 씩 웃어주시고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 주세요

그러다가 저 마른 가지에 쌓인 그리움이

자꾸 발끝으로 떨어지면

애써 잡으려 말고

그냥 갈바람에 몸을 맡기고

끝없이 펼쳐지는 가을 능선을

홀가분하게 날아 올라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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