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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온 Aug 13. 2024

아몬드라는 책 읽어봤어?

아몬드를 읽고

좋아하는 배우의 인터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남의 이야기를 몇 시간 동안이나 들어주기 때문에 좋은 사람이라고 말한 인터뷰 내용을 보고 영화 자체를 한 사람으로 비유하는 발상은 공감능력이 부족하다고 주변인들에게 놀림받는 나에게는 하나의 챌린지 같았다. 시간이 날 때마다 영화를 항상 틀어두었다. 하지만 영화평론가 이동진 님의 말씀처럼 뜨거운 불과 같은 영화와 차가운 물과 같은 책을 고르자면 나는 책에 가까워지고 싶다. 그런 나를 뜨겁게 만든 책이 있었다.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 그것도 한국어가 아닌 일본원서로 된 책이었다. 욕을 먹어가며 배웠던 일본어를 방치해두고 싶지 않아서 가끔씩 일본에서 샀던 책들을 읽고는 했다. 우리나라의 책에 비해 한 손으로 거뜬히 들 수 있는 무게와 縦書き(세로 쓰기) 방식은 나에게 꽤나 흥미로운 독서방식이었다.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일본인 친구와 나누던 대화에서 친구는 나에게 물었다. 


"아몬드라는 책 읽어봤어? 한국 소설가의 책이라고 하길래 담배를 피우면서 읽었거든?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날 뻔했지 뭐야"





한국인인 나도 읽어보지 않은 책을 읽고 행복해서 울 뻔했다는 그녀의 말에 원서도 읽어 본 적 없었지만 담배와 독서를 사랑하는 그녀가 행복했던 순간을 함께 따라가고 싶었던 나는 서점에 하나 남아있는 아몬드 일본어 번역판을 덥석 구매했다. 줄거리의 내용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이 성장을 통해 감정을 배운다는 성장스토리 라고한다. 그 내용과 적합하게 슬픔도 기쁨도 없어 보이는 무심하고 투박한 아몬드처럼 한 소년의 얼굴이 책표지를 대표하고 있었다. 사실 나는 딱히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이해를 하지 못한다는 게 맞을까? 가상의 만들어진 인물들에게 감정을 이입한다는 것은 나에게 꽤나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나를 책은 그저 말없이 비웃는다.


책은 내가 갈 수 없는 곳으로 순식간에 나를 데려다주었다. 만날 수 없는 사람의 고백을 들려주었고 관찰할 수 없는 자의 인생을 보게 했다.


소설의 문장은 장르를 입맛대로 판단한 나에게 던지는 말 같았다.

정말로 책은 무지한 나를 또다시 부끄럽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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