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어려서, 고맙다는 말이 참 어렵습니다-1

아직 어려서, 배워가는 중입니다.

by 하오름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이 말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노력해보려 했지만, 노력만으로 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매일 느낍니다. 많은 사람들은 고맙다는 의사 전달만으로도 인생이 바뀔 것이라거나 세상이 달라 보일 것이라는 말들을 하곤 합니다. 저 역시도 이 말에 공감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마음을 먹었음에도 입 밖으로 나오려는 말을 혀가 허락하지 못하는 것은 왜일까요.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주제로 대학에서 수업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날부터 하루에 한 번씩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해보자고 다짐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 다짐은 작심 하루를 가지 못했습니다.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상에 앉아 감사하다는 말을 꺼내려고 했습니다. 굳이 민망해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지만 거실에 가족들이 모여있던 탓이었을까요, 결국은 말을 꺼내는 데에 실패했습니다. 감사의 표현이 주변인의 시선에 제한을 받는다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끼며 밥알의 개수만큼 많은 생각이 떠오른 자리였습니다. 물론 그 뒤로도 수없이 시도한 바가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유일하게 성공한 한 가지는 택시 기사님에게 전했던 '감사합니다..'였습니다. 택시에서 지갑을 떨어뜨린 것을 택시 기사님께서 주워주셔서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제 생각에 변화가 일었던 것은 어느 특별한 순간이 아니었습니다. 제 주변인 중 고맙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는 친구가 한 명 있습니다. 그 친구와 함께 있으면 너무 착해 보여 바보 같고, 듣기 민망해 화제를 돌린 적이 많았습니다. 정말 별 것 아닌 것들로 고마워했으니까요.


'오늘 술자리에 불러줘서 고맙다.'
'잠깐 불렀는데 집 앞에 나와줘서 고맙다.'
'내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맙다.'


나는 해준 것도 없었지만 그 친구들 정말 모든 것에 고마워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저에게 힘든 일이 있었습니다. 이 공간에 자세히 써 내려가기엔 아직 낯선 공간이기에 제 상황을 모두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몇 달간 이 있었습니다. 부모님에게도 말할 수 없었어요. 혼자 품으며 고통스럽게 지내자니 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왜인지 모르게 갑자기 그 친구 생각이 났습니다. 모든 것에 감사하다던 그 친구, 심지어 본인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누구나에게 감사하다 했던 그 친구. 저는 바로 그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술 한 잔 할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제가 무슨 일이 있는 것을 어떻게 알아차렸는지, 그 친구가 몇 초간의 침묵 뒤에 좋다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1시간쯤 뒤에 동네의 어느 작은 술집에서 그 친구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를 만나 처음으로 저를 힘들게 했던 모든 것을 다 털어놓았습니다. 그 친구는 아무 말 없이 묵묵히 들어주었습니다. 그리고 난 뒤 꺼낸 그 친구의 한 마디가

- 나한테 얘기해 줘서 고마워,

였습니다. 민망함이 찾아올 순간도 없이 저는 눈물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책상에 엎드려 한참을 끅끅대며 작은 소리로 울었습니다. 그 한 마디가 어떻게 저의 마음을 그렇게 후련하게 했을까요.


제 글 솜씨가 제 머릿속에 든 생각을 따라오지 못하기에, 그 뒤의 얘기는 오늘의 일정을 마친 뒤 마저 적으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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