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어려서, 고맙다는 말이 참 어렵습니다.-2

아직 어려서, 배워가는 중입니다

by 하오름

<전 편과 이어지는 에세이입니다>


그렇게 소리 없는 소리로 끅끅댄지 30분이 지나서였을까요. 친구는 단 1분도 자리를 비우지 않고 저에게 말을 걸지도, 등을 토닥이며 위로도 하지 않았습니다. 통쾌해지는 기분과 함께 '나랑 같은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느 정도 진정이 된 후, 후련한 마음으로 남아있는 잔가지들을 소주와 함께 털어 넘겼습니다. 많은 말도 오가지 않았습니다. 최근 근황, 각자에게 있었던 재밌던 일, 황당했던 일, 때론 화났던 일 등의 뜨듯미지근한 이야기들을 했습니다. 저는 그 뜨듯미지근한 이야기들이 너무 듣기 좋게 따뜻했습니다. 그렇게 술 몇 잔을 더 기울이고 난 후, 친구와 헤어지기 전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얘기 들어줘서 고마워.

-아니야, 내가 더 고맙지.


저에게는 평생 진심이 담길 수 없는 말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쉽게 나왔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제 얘기를 누구에게도 쉽게 못한 것 같습니다. 특히 제 가장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도요. 누군가에게 고마움을 받는 일에 대해서만 만족을 느꼈을 뿐, 진정 제가 고마워하는 일은 표현을 못했습니다. 사실 이 일 뒤로 저는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마음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고맙다는 표현을 더 이상 혀가 막지 못했습니다. 제가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식탁 위에 차려져 있는 저녁을 보고선 이젠 어머니께 감사하다고 말합니다. 제가 전공책이 너무 비싸 사지 못하고 있는데, 아버지가 말도 없이 책을 사주셨을 때 저는 아버지에게 어떻게 알았느냐고, 정말 감사하다고 말을 합니다.


감사하다는 말은 사소한 표현도 아니고 쉬운 말마디도 아닙니다.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행동이고 진심에서 우러나와야 합니다. 이제 주변에서 감사하다는 소리가 너무 잘 들립니다. 밥을 먹고 나가며 식당 주인 아주머니께서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라고 하면, 저는 그 말이 나오기 전에 '잘 먹었습니다' 혹은 '감사합니다' 라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감사하지 못했던 지난 날들이 후회되지는 않아요. 하지만 진심 아닌 감사를 했던 지난 날은 이제 배움을 얻은 경험으로 남겨두고 싶습니다.


아직 어려서, 배워가는 중이고 고맙다는 말이 참 어렵지만 감사하다는 공짜인 말로 주변을 넓게 바라볼 수 있다면 저는 그 말을 더 배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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