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산실

by 하오름

발 하나 겨우 내딛을 공간만 존재하는 좁은 곳은,

갇혀서 나갈 수 없어 내가 긁어낸 수많은 상처만 존재하는 고난의 방


문을 열고 나간 세상은 나는 울렸고

탯줄을 끊어내며 또 다른 고통을 이어받는다


발을 딛은 뒤 들리는 모든 소리는 소음이 되어 고막까지 파고들고

내게 닿은 모든 시선은 어린 가슴이라는 마르지 않은 시멘트를 짓밟고 지나가는

자국-상처가 된다


걸음마를 한 발짝, 한 발짝 떼면

방에 남겨두고 온 줄 알았던 통증을 다시 느낀다


걸음에 익숙해질 때마다 새겨지는 것은

듣고 싶지 않아 나를 스스로 가두었던 불편하고 어두운 진실

말을 할 수 없어 목청을 크게 내어 울어본다


나의 노래는 언제가 누군가의 귀에 닿겠지

탯줄을 부드럽게 끊어내줄 가위가 고통의 산실을 덜어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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