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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 할머니의 인생 수업

홀로 아름답게, 함께 더 아름답게

by 정유스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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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름 다른 행보.

작가님의 존함을 대하니 심각하지는 않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좌절감에 잠시 입이 쓰다.

전영애 작가님. 정영애 브런치 작가!


'서울대 명예교수'와 '괴테 석학'보다 '괴테 할머니'로 더 많이 불리는 사람. 경기도 여주시 강천면에서 여백서원을 운영하며, 사람들로 하여금 큰 꿈을 꾸게 하고 싶어서 괴테 마을을 조성하고 있다. 낮에는 넓고 아름다운 뜰을 가꾸는 정원사로, 밤에는 괴테의 모든 글을 번역하는 학자로 바삐 지낸다. 세계적인 괴테 연구자로 인정받아 2011년 바이마르 괴테학회로부터 아시아 여성 최초로 '괴테 금메달'을 받았다. 2020년 삼성행복대상 여성창조상을, 2021년 제3회 라이너 쿤체 상을, 2022년 제11회 이미륵상을 받았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파우스트',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등 70여 권이 넘는 세계 명작들을 한국어로 번역했다.


가히 괴테 할머니라 불리는 것이 마땅하신 분이다.


어린 괴테에게 인형극 상자를 선물한 괴테의 외할머니에게서 영감을 받아 유튜브 '괴테 할머니 TV'를 시작했다. 괴테에게 꿈을 꾸게 해 준 외할머니처럼,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채널을 만들어 모두가 듣게 하고 고싶은 마음으로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는 최경은 님이 정리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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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길은 시작되었다. 여행을 마저 하라.


배우는 일을 멈추지 않아야 합니다.


괴테도 눈감기 전까지 계속 공부하는 사람이었다. '파우스트'에 "전율은 인간의 최상의 부분"이라는 말이 있는데 무언가를 보고, 호기심이 생기고, 알고 싶고, 이럴 때까지가 사람이 살아 있는 것이다. 파우스트 같은 대작을 쓰고 거창한 성과를 내야 하는 건 아니라, 세상이나 옆사람에 대한 진정한 관심이면 충분하다.

세상 모든 경험이 다 공부이다. 사람을 중심에 놓는 인본주의의 바탕에 두고 사람이 사람을 바르게 보고, 진정한 관심을 기울여야 세상이 유지된다.


사랑이 살린다.


제가 소망하는 건 다만,

제 존재에 가치를 두는 참 많은

친구들에게 차후에도

기쁨이 되고 유익하게 살겠다는 것뿐,

더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괴테의 말이다. 무엇이든 귀하게 여기다 보면 그것이 다시 나를 귀하게 만들고 내 삶을 건져 올린다.

작은 것이라도 누군가에게 나누어줄 때, 그리고 진정한 마음으로 사랑할 때 스스로가 오히려 풍요로워진다.

가장 아름다운 것에 붙여 주고 싶은 이름은 바로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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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에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


막막하고 출구가 없을 때: 프란츠 카프카



아픈 시절을 아프게 통과하는 일: 헤르만 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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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그대 나만큼 오래 떠돌았거든, 나처럼 인생을 사랑하려 해 보라.


나의 자양분, 믿음과 간절함


학교 문턱에도 못 가신 어머니에 비해 배울 만큼 배운 작가가 어머니 발끝을 못 따라가고 어머니께 무한히 많이 받았다고 생각하고, 또 작가의 인생 자체가 늘 어머니 몫까지 산다는 생각을 할까? 그 이유는 '믿음'이다.

당신은 그렇게 배우고 싶은데 그러지 못했다. 그런데 딸은 공부를 한다. 공부를 한 딸이 틀린 일을 할 리 없다는 거다. 이토록 철석같이 믿어주시는데 어떻게 나쁜 짓을 할 수 있겠냐고 작가는 반문한다.

심장이 쿵한다. 우리 엄마가 나에게 주시는 마음과 너무나 닮았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무한 신뢰가 있기에 삶을 바르게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럼 너 좋을 대로 하거라

'같을 여'자에 '흰 백'를 쓰는 여백서원은 '흰빛 같다', 즉 맑다는 뜻이다.

작가의 아버지 호이다.

가문의 장손으로서 유가의 전통이 몸에 밴 분이고, 또한 우리 근대사의 굴곡을 다 겪은 분이다.

가문의 대소사를 챙기느라 정작 당신 가정을 살필 겨를이 없었지만 작가의 인생이 딱 두 번 '개입'하셨는데, 그것이 결정적이 계기가 되었다.

그 옛날 1960년대에, 어린 딸을 서울에서 혼자 유학시키겠다는 결단을 내리셨다는 게 놀랍다.

또 한 번 대학을 선택할 때 아버지의 뜻과 달랐지만 '그럼 너 좋을 대로 하거라' 하셔서 서울대 독문학과에 진학하게 되었고 지금 '괴테할머니'로 살아갈 자양분이 되었다.

말없이 믿어주고 지켜보시며 기다려 주시는 부모님이 계셨기에 작가의 인생은 차고도 넘쳤을 것이다.


'천재란 노력하는 능력이다'

산에 다니시는 아버지는 45킬로그램의 작은 체구에 20킬로가 넘는 배낭을 지고, 오천 원짜리 조끼를 입으시고 일본 북알프스며, 에베레스트까지 가셨다. 90세 가을까지 한 번도 안 거르셨다니 대단하시다. 에베레스트에 마지막으로 가신 것이 90세 가을이었는데, 평소보다 조금 덜 올라갔다고 하셨다.

"무슨 일 있으면 너네 올라오지도 못하고......"

가볍게 말씀하셨지만 이미 담도암이 많이 진행된 상태였다. 남은 2~3년 동안 해오던 모든 일을 마무리하고 가셨다니 참으로 엄청나다. 등산기의 속편 원고를 만드시고 당신 자서전도 쓰셨다. 게다가 증조부 문집을 국역하셨다.

평생 과묵하시고 이래라저래라 하는 말씀은 하지 않으셨지만 평생 들은 두 마디가 작가를 오늘에 있게 했다.

"신외무물이니라."

"천재란 노력하는 능력이다."


생애 최고의 날


작가 생애 최고의 날은 아이들이 태어난 날이다.

그 귀한 아이들에게 부모로서 자녀에게 주어야 할 것, 혹은 자녀가 부모에게 받아야 할 것을 이야기할 때 늘 인용하는 괴테의 말은 '뿌리와 날개'이다.

'뿌리'는 사람을 땅에 발 붙게 하는 것이고 그것은 노동이다. 어떤 경우에도 혼자 힘으로 서고, 내 일은 내가 하고 우리 일도 좀 하고 그러면서 땅에 발이 붙는다. 굳건하게 발을 붙이자면 자기 힘으로 서야 하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어야 한다.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일을 해야 하는데, 내가 해야 여기가 돌아가고, 내가 안 하면 안 돌아가는 경험을 하면 스스로 중요한 존재임을 느낀다. 교실 청소도 청소도우미가 다 해주는 현실에서 한 번쯤 깊이 생각해봐야 할 고민이다.

'날개'는 훨훨 날아갈 수 있는, 스스로 꿈꿀 수 있는 힘을 줘야 한다는 말이다. 함께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부모와 함께 했던 즐거움의 기억으로 뭔가를 이루고 또 나아간다. 꿈까지 주입하면 절대 안 된다. 바쁜 현대생활에서 시간이 많지 않지만 그 적은 시간이 정말 소중하도록, 함께하는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함께 가꾸어가는 공동체 정원


작가는 여백서원괴테마을을 짓고 살고 있다. 많은 분들의 기적과도 같은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고 고백한다.

여백서원은 우리를, 또 자신을 돌아보는 곳이다.

괴테라는 사람은 자신을 잘 키워 그야말로 극대화한 인물이기에 괴테 관련 시설을 한 데 모아볼 생각으로 괴테마을을 지었다. 집도 집이지만 뜰이 여백에서 보다 더 큰 의미를 갖게 되었다. 누구든 함께 가꾸어가는 '공동체 정원'을 만들었다. 250여 분의 봉사자들이 모여들어 '수선화 펀딩'을 해서 연못 주변에 수선화로 첫 봄을 맞이했다.

젊은 괴테의 집 앞의 정원은 바이마르의 괴테하우스의 정원과 비슷하게 만들었다. 독일 붓꽃이 아름답게 피어 있는 괴테의 정원을 꼭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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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괴테를 찾아 떠난 여행


바이마르에서 보내는 편지


바이마르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50년 이상을 이곳에서 살면서 괴테가 사랑하고 평생을 살았던 도시 바이마르에는 '안나 아말리아 대공비'라는 엄청난 도서관이 있다.

9미터 땅을 파서 겹겹 책꽂이에 꽂힌 책들을 일렬로 나란히 세우면 25킬로미터에 달한다는, 100만 권의 책을 채워 두고도 매년 엄청난 양의 도서를 구입한다. 심지어 괴테 시대에만 중점을 두면서도 말이다. 이 도서관에 오느라 작가는 거의 30년째 바이마르를 오가며 이곳을 제2의 고향으로 만들었고, 이 도서관을 지은 사람들과도 친구가 되었다. 바이마르는 이 도서관 하나만으로도 꼭 찾아올 만한 곳이라니 나의 버킷 리스트에 추가한다.


문제 부모는 있어도 문제아는 없듯이, 부모를 뛰어 넘는 자식은 없나봅니다.

작가님의 부모님 이야기 부분에서는 자주 울컥했다.

죽을 때까지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은 괴테의 제자답게 작가님의 노년의 시계도 바쁘게 움직인다.

호호할머니를 닮은 해맑은 '괴테 할머니'가 전해주는 앞 서 간 성현들의 가슴 따스한 이야기에 빠져 보시려면 어서 빨리 이 책을 집어 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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