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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를 위한 미술

정여울

by 정유스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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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다시 피어나게 하는 그림 50

찬란한 해방의 시간을

꿈꾸는 당신에게


이유를 알 수 없는 결핍감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이 끊임없는 결핍감의 뿌리는 무엇일까.' 나는 일과 사랑과 가족, 내가 꿈꾸던 많은 것을 이미 가졌는데, 자꾸만 뭔가 치명적으로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인생에서 결핍된 무언가 때문에 끊임없이 헤매왔다. 마치 보물의 종류도 모른 채 지도에도 없는 보물섬에서 물도 식량도 아무런 대책도 없이 헤매는 듯 막막했다. 엉뚱하게도 나는 그 해답을 낯선 도시의 미술관에서 찾았다. 아름다운 미술관에만 가면 이상하게도 '여기가 바로 그곳이다'라는 느낌에 사로 잡혔다.

-프롤로그 중-


아, 바로 이거야.

내가 느끼던 정체를 알 수 없는 목마름과 흔들림을 작가는 가려운 등을 긁듯이 명쾌하게 말해준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치명적인 부족한 느낌을 해갈할 신박한 해결책까지 내려 준다.

바로 미술관, 그 속을 채우고 있는 보물인 그림이다.

내가 미술관을 찾고 그림을 보면 뭔지 모를 먹먹함에 눈시울이 시큰해지는 이유를 이 책 속에서 찾았다.


그림을 차분하게 해석하는 글이 아니라 그림과 강렬하게 소통하는 글을 쓰고 싶었다. 이 책에서 내가 다루는 그림들은 미술사적인 중요도보다는 '내 심장을 꿰뚫은 그림들'이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으로 선택한 것들이다. 날카로운 화살처럼 심장을 뚫고 들어오는 그림들, 그 그림들이 내게 들려준 메시지를 나만의 언어로 번역하여 들려주고 싶다는 작가의 말은 그래서 독자의 심장도 정신없이 뛰게 만든다.


나만의 '원픽'

나의 50가지 인생 그림


내게 예술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을 가르쳐준 최초의 화가는 빈센트 반 고흐였다. 현실의 장벽에 부딪혀 희망이 좌절될 때마다, 나도 모르게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바로 고흐가 그린 밤하늘의 별빛이다. '별'을 그린 화가들은 무수히 많았지만, '별빛'을 그런 방식으로 그린 화가는 고흐가 유일하지 않았을까. 고흐의 불빛은 불꽃놀이처럼 아스라하게 번져 나오는 것 같기도 하고, 물 위에서 파문을 일으키는 소용돌이 같기도 하며, 초신성이 폭발하는 거처럼 강렬한 에너지를 품고 있는 듯하다.

작가가 가장 친근감을 느끼는 작품은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이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에 다시 가야 할 이유이다.

고흐는 '검은색을 쓰지 않은 밤'을 꿈꾸었다. 그가 보기에 밤하늘은 대낮보다 훨씬 풍요로운 색채의 스펙트럼으로 물결치고 있었다.

세상이 힘들고 각박해질수록, 우리는 어둠 속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빛을 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을 잃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작가의 소망은 곧 독자의 소망이기도 하다.


고흐.jpg 빈센트 반고흐,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내 마음속 갤러리,

그 힐링 스페이스에 초대합니다.


위대한 예술작품은 우리 마음속에 '자기만의 독립적인 방'을 만들어준다. 빈센트 고흐의 방은 물론 모네의 방, 파블로 피카소의 방, 조지아 오키프의 방, 마크 로스코의 방 등 수많은 아름다움의 비밀 처소들이 있다. 나의 치유 공간은 단지 지상에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뿐 아니라 지도에도 없는 곳, 주소조차 없는 곳, 그러나 우리 마음속에는 분명히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다. 작가의 마음을 치유 공간을 짓고 있듯이 독자도 수많은 아름다운 방들, 치유 공간의 씨앗들을 간직하고 있다.

작가의 '원픽' 인생 그림을 떠나는 여정에 무임승차하며 눈과 마음이 행복한 시간이었다.

원픽이라지만 50개의 그림 모두가 단독 픽이라 할 만큼 책장을 넘길 때마다 감탄과 황홀경을 만났다.



클림트.png 구스타프 클림트, 아델 블로흐 바우어 부인의 초상. 노이에 갤러리



첫 장을 펼치자마자 눈부신 황금빛 명작으로 눈이 부셨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아델 블로흐 바우어 부인의 초상'이 내 안의 눈부신 황금을 찾아 준다.

'그 무엇도 내 뜻대로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나를 슬프게 할 때마다 클림트가 그린 이 아델의 눈부신 자유를 생각한다.

우리는 영감을 선물하는 존재에 그치지 않고, 온몸으로 찬란한 영감이 되어 이 세상을 더 아름답게 창조하는 빛이 될 것이다.



ch1.jpg성요한.jpg 살바도르 달리, 십자가의 성 요한의 그리스도



'십자가의 성 요한의 그리스도'에는 가시면류관도 십자가에 못 박힌 자국도 없다. 예수 그림의 모든 관습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시선이야말로 살바도르 달리의 천재성이었다.

이 작품은 하느님의 시선으로 예수를 바라보는 것, 하느니의 시선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는 체험 속으로 우리를 초대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이런 그림에 매혹된다. 전혀 새로운 세계를 향한 초대장 같은 그림.

'하느님의 시선' 자체를 보고 있다는 낯선 느낌에 전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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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작지만 거대한 갤러리다.

작가 정여울만의 감각과 감성으로 독자의 마음을 파고들며 종국에는 명화의 아가리는 나의 영혼을 통째로 집어삼킨다.

세계 곳곳의 갤러리를 직접 가 보지 못하더라도 이 책 한 권이면 독자는 이미 그곳에 가 있다.


아름다움을 갈구하며 전 세계를 탐험하는 에세이스트 정여울과 오롯이 곁에 두고 싶은 세기의 걸작들을 만나는 호사스럽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세계 여행을 떠난다면 꼭 작가가 들렀던 그 미술관을 찾고 싶은 강렬한 소망과 간절한 꿈을 품게 한다.

글, 그림.

모두 완벽했고 그래서 참 좋았다.





목록만 봐도 이 책이 얼마나 고귀한 보물덩어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세상이 아무리 불친절하고 소란스러울지라도 나는 내 마음의 갤러리를 고요히 걷고 싶다는 작가와 나란히 손잡고 힐링 여행을 떠나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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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작가는 독자를 감동시킨다.

폭풍우 속 안식처가 필요할 때,

오직 나만의 미술관에 숨어보세요...

정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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