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letzte Sommer
90까지 이 생을 떠나지 않으면 딱 스물다섯 번의 계절이 남았구나.
서가에서 이 책을 발견하는 순간 제일 먼저 든 생각이다.
스물다섯 번이나?
스물다섯 번밖에!
나는 두 생각 중간의 어드메쯤에서 엉거주춤 서 있다.
앞으로 내가 써 내려갈 인생의 페이지가 어떻게 메워지느냐에 따라 추는 기울 것이다.
지루하고 비루한 일상을 살아간다면 물음표이겠고,
알차고 보람된 여생을 수놓는다면 느낌표일 것이다.
어떻게 저울이 기울더라도 스물다섯 번의 계절 정도가 나에게 남아 있다는 사실만은 부정할 수 없다.
내가 살아온 세월의 삼 분의 일 정도의 세월이다.
다시 한번 신발끈을 매기로 작정한 것을 보니 느낌표에 가까울 것 같다.
슈테판 셰퍼.
생경한 작가이다.
슈테판 셰퍼는 1974년 독일에서 태어나 40년간 저널리스트로 활동한 후, 소설가로 전향했다. 그의 첫 작품인 '내게 남은 스물다섯 번의 계절'은 출간되자마자 독일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168페이지의 짧은 소설이 엄청난 사랑을 받고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하얀 구름으로 뒤덮인 책의 표지에서부터 신비로운 해방감을 느낀다.
책을 읽어 나가다 보면 흐려진 눈을 시원하게 해 주는 초록 숲과 마음의 주름살을 활짝 펴 주는 하얀 구름이 독자를 쉬어가게 한다.
책을 다 읽고 덮는 순간 이 소설의 메시지가 선명해진다.
매일매일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조바심 났던 현대인의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힘을 빼면서
진정한 힐링과 삶을 대하는 태도가 편안하게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우리가 잊고 지내는 삶의 본질과 소중한 것들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습니다. 주인공은 삶의 진정한 가치가 '더 오래'가 아니라 '더 깊이'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며, 독자에게도 이러한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 가?"라는 질문을 통해 독자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Tstory-
평범한 비즈니스맨이자 두 아이의 아빠 ‘나’가 혼자 시골 별장에 내려갔다가 괴짜 농부 카를을 만나면서 펼쳐지는 아주 특별한 이틀을 담은 소설이다. 바쁘게 살고는 있는데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건 아닌지 물음표가 떠오를 때, 목표를 향해 경주마처럼 달려왔지만 정작 내 마음이 어떤지 모르겠을 때,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는 게 아득하게 오랜만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 이미 한 방향으로 너무 오랫동안 와버린 건 아닌지 혼란스러운 어른들에게 다시 순수한 삶의 정수에 가닿는 길을 안내해 줄 완벽한 이정표가 되어준다.
주인공 ‘나’는 카를과 호수에서 맨몸으로 수영하고, 감자를 손으로 만져 골라내고, 엄마 잃은 새끼고양이를 돌보며 그 주말이 앞으로 남은 스물다섯 해의 여름을 영영 바꿔놓으리라는 것을 직감한다. 그 이틀은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이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음을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느끼는 시간이었다. 서로에게, 또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과 대답은 에둘러 물을 수도 허투루 답할 수도 없는 생의 본질이다. 살면서 진정으로 바라는 게 뭔지 안다면 공연히 세상의 기대를 충족하고자 헤맬 필요가 없다는 단순하지만 어려운 진리가 두 사람의 대화 사이로 잔잔히 스며든다. -알라딘-
내가 인생을 다시 한번 살 수 있다면, 다음 생에서는 실수를 더 많이 하고 싶다. 더는 완벽해지려고 하지 않고, 더 느긋하게 지낼 것이다. 지금까지 보다 조금 더 정신 나간 상태로, 많은 일을 심각하지 않게 여길 것이다. 그다지 건강하게만 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더 많은 모험을 하고, 더 많은 여행을 하고, 더 많은 해넘이를 바라보고, 산에 더 많이 오르고, 강을 더 자주 헤엄칠 것이다. 나는 매 순간을 낭비 없이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똑똑한 사람 가운데 한 명이었다. 물론 즐거운 순간도 있었지만,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순간의 아름다움을 더 많이 누리고 싶다. 삶이 오로지 이런 순간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당신이 아직 모른다면 지금 이 말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다시 한번 살 수 있다면 나는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맨발로 다닐 것이다. 생이 아직 남아 있다면 아이들과 더 많이 놀 것이다. 하지만 보라...... 나는 이제 85세이고, 곧 죽으리라는 걸 알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작가 호르헤 후이스 보르헤스가 죽기 얼마 전에 쓴 글을 카를의 욕실 세면대 위에서 발견한 주인공은 긴 인생의 종말뿐 아니라 위대한 사랑의 시작을 의미하기도 한다. 주인공의 결혼식이 일어나는 그 시간에 아랫마을에서는 자전거를 타다가 관광버스에 치여 사고 현장에서 아버지의 품에 안겨 사망한 어린 남자아이의 장례식을 치르고 있다.
그때 주인공과 가족들은 울면서 두 손을 맞잡고 결심한다.
우리는 소중한 순간들을 그저 온전히 누리자고, 보르헤스의 말을 행동으로 옮기자고 약속했다. 삶이 우리에게서 그냥 미끄러져 사라져서는 안 된다고, 절대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초심을 잊고 숨 가쁘도록 바쁜 일상을 해내느라 소중한 것을 스쳐 지나며 온몸과 마음으로 쉼을 못하고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런 주인공이 카를을 만나며 진정한 힐링을 경험하고 나의 삶의 가치를 깨닫는다.
주인공은 나이기도 하고 이 글을 읽는 많은 사람들이기도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나 알려 줬는데도.
여전히 나는 쌈닭처럼 시간을 초 단위로 쪼개며 산재한 문제들과 한 판 싸울 태세이다.
철학적인 내용이지만 편안하게 읽히고 평화롭게 마음에 젖어든다.
삶이 나에게 삿대질을 할 때마다 이 책을 다시 펼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