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살이 수련 2탄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
멈춰야 비로소 보이는 것.
휴식은 곧 회복이다.
휴식은 지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다.
휴식은 게으름이 아니다.
휴식은 사치가 아니라 필수품입니다.
어디선가 주워들은 '쉼'에 대한 속담이나 명언들이다.
이렇게 알뜰하게 주워 모아서 다시 나열하지 않아도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제대로 쉬는 방법을 몰랐다.
나뿐만이 아니라 나와 동거하시는 세대주님은 한 수 더 뜬다.
워커홀릭.
좋은 말이다. 필요하기도 하다.
그 덕분에 밥만 먹는 것이 아니라 간식도 간간이 챙겨 먹고 아주 가끔 특식도 먹는 살림살이가 되었다.
하지만, 하지만.
조급함은 습관으로 굳어지고, 너 잘하고 있냐는 날카로운 물음은 내 영혼까지 탈탈 털며 점점 심신을 황폐하게 했다.
무얼 해도 그다지 즐겁지 않았고, 무얼 해도 흡족하지 않고 늘 목말랐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도를 아십니까?
절대자에게 의지하는 것?
나는 가톨릭 신자로서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급히 고백하며 이 글을 이어 간다.
여행 계획을 짜는 것도 무슨 프로젝트 계획서처럼 제출했다.
가는 여행지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필수 코스였다.
같이 가는 가족들의 반발은 극에 달했고, 점점 가족 여행이 이 빠진 접시가 되어 갔다.
그러더니 남은 마지막 보루인 남편밖에 남지 않았다.
언젠가 호주로 이민 간 동생네 식구와 함께 10일 동안 여행한 적이 있다.
거짓말 1도 안 보태고 노트 한 권을 모두 계획서로 사용했다.
"우와~언니. 누가 초등학교 선생님 아니랄까 봐 계획서 쩌네? 우린 그냥 숙소에서 뒹구리 하다가 맛난 밥이나 먹고 리조트 내에서 수영이나 하고 놀고 싶은데?"
"무슨 소리야~어렵게 온 한국행이고 여행길인데 하나라도 더 보고 더 경험하고 돌아가야지. 특히 호주에서 태어난 니 딸-내 조카-에게 한국을 제대로 알려야지?"
뜨악한 표정과 숙소에서 늦잠을 잔다던가 하며 살짝 비협조적인 행동으로 나의 심기를 거슬렸지만 내 계획대로 하드캐리했다.
마지막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조카에게 물었다.
"어디가 제일 좋았고 기억에 남았어?"
"이모, 거제 대명 리조트 워터파크에서 물놀이한 것이 제일 좋았어요."
헉! 헐! 웁스!
이런 말을 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런 말 밖에 그때의 내 심정을 대변할 단어를 찾지 못하겠다.
한국을 체험시킨다고 고궁 체험, 유적지 방문, 박물과 투어, 한복 체험, 한옥 체험 기타 등등.
가장 한국적인 것으로만 엄선해서 다 보여줬건만. 호주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워터파크가 가장 기억에 남다니.
그때, 나는 하나의 큰 깨달음을 얻었다.
여행은 휴(休)로구나!
내가 생각한 여행은 경험이고 학습이었다.
물론 나의 지론에도 어느 정도 타당성은 있다고 굳게 믿는다.
다만 쉬는 타임이 너무 없고 계속 달리라고 채찍질만 해댄 것이다.
이 모든 것을 하지 않겠다. 이곳 양평에서는......
하루 종일 침대에서 뒹굴거리기도 하고, 해먹에 몸을 깊숙이 맡기고 흔들흔들 세상 시름도 털어보자.
집이 어질러 있어도 대충 살자.
어디론가 뼈 빠지게 돌아다니지 말고 한적한 곳에서 퍼질러 앉아서 쉬자.
지나가는 바람도 잡아 보고, 흘러가는 구름의 옷자락을 잡으며 말도 걸고, 이름 모를 풀꽃과 눈맞춤하며.
그렇게 쉴멍 놀멍 세월을 갖고 놀아보자.
그곳이 계곡일 수도 있고, 분위기 좋은 카페일 수도 있겠지.
머리를 비워 내는 '멍'때리기로 수련하였으니 한량처럼 빈둥거리는 '쉼'도 가능하리라 나를 믿어본다.